영화 '카시오페아'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딸을 돌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3대에 걸친 진한 가족애를 전한다. 인생에서 길을 잃었을 때 방향성을 알려주는 별자리 카시오페이아처럼 가족은 존재만으로 따뜻한 길라잡이가 돼 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이야기로 관객들의 눈물을 훔칠 작품이다.
'카시오페아'(감독 신연식)는 변호사, 엄마, 딸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수진(서현진)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아빠 인우(안성기)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동행을 담는다. 홀로 딸을 키우며 변호사로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수진은 어느 날 갑자기 초로기 치매(노년기 이전 발생하는 치매) 판정을 받는다. 인정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너진 수진을 돌보는 이는 아빠 인우다. 초로기 치매가 노년의 치매보다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는 만큼, 인우는 최선을 다해 딸을 돌보기 시작한다.
작품은 해외 근무로 30년 동안 가족을 떠났던 아빠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딸을 다시 육아하는 역육아 형태다. 보통의 육아는 부모가 아이를 출산한 후 유치원과 학교에서 교육하고 사회에 내보내며 마무리된다. 그러나 인우가 수진을 돌보는 형태는 그와 반대다.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수진을 집에 데려와 알츠하이머 환우들이 모인 학교에 보낸다. 이후 모든 기억을 상실한 수진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며 마치 아이를 돌보는 듯 육아한다. "나는 혼자 컸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수진과 그런 딸에게 부채감을 갖고 있는 아빠가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초반에는 인우가 수진을, 수진이 딸 지나(주예림)를 걱정하는 내리사랑이 깔려 있다가 끝으로 갈수록 3대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수진은 "내가 지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날에 그냥 죽을 것"이라고 말해 인우의 가슴에 대못을 박지만, 의지할 곳은 아빠뿐이다. 법정에서 증언하다가 실례를 한 수진이 경호원에게 끌려갔을 때, 목놓아 울부짖으며 "아빠"를 찾는 장면은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를 찾는 것처럼 보여 뭉클함을 자아낸다.
제목 역시 가족애가 담겨 있다. '카시오페아'는 별자리 카시오페이아를 줄인 제목이다. 카시오페이아는 북극성을 찾는 중요한 길잡이가 되는 별이다. 길을 잃었을 때 카시오페이아를 이용해 북극성을 찾은 후 북극성을 통해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가족의 의미도 그렇다. 북극성처럼 직접적으로 인생의 방향성을 알려주진 않지만, 카시오페이아와 같이 간접적으로 옆에서 응원해 주고 지켜준다. 인생의 길을 잃었을 때 늘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게 가족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알츠하이머 환우와 그 가족의 생활을 그린 건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사실적이다. 광범위하게 취재했다는 신연식 감독과 지인인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난 외조모를 떠올리며 연기했다는 서현진이 시너지를 낸 것이다. 기억을 온전히 잃기 전, 특정 행동을 반복하면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점과 치매가 진행될수록 내면에 파고드는 모습 등은 실제를 방불케 한다.
장편영화 첫 주연을 맡은 서현진은 그간 '로코퀸'으로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다르게 깊고 묵직한 연기를 선보인다. 극 초반 병세가 시작되면서 예민한 모습부터 자해까지 할 정도로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 서서히 병세가 진행되며 점차 생기를 잃는 모습까지 변화한다. 화장기 없이 텅 빈 표정으로 스크린을 꽉 채우는 그의 얼굴은 여태껏 본 적 없는 새로움이다.
서현진이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면, 안성기는 정적인 연기로 안정감을 더한다. 인우는 병에 걸린 딸을 최대한 안정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상황을 속으로 인내하고 삼킨다. 수진이 욕실에서 자해를 하거나 법원에서 실례를 해도, 다른 사람에게 예민하게 굴어도 늘 딸 편이다. 전반적으로 인우의 감정은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오직 딸만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