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흥청망청 쓰지 않고, 비리 저지르지 않고, ‘갑질’하지 않을 것 같은 후보 뽑았어요.”
“어떤 공약을 내놓느냐도 중요하지만 진짜 실행할지가 더 중요하죠. 지역을 위해 열심히 할 일꾼을 뽑아야죠.”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7일 서울 시내 곳곳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3월 대선 때만큼의 열기는 아니지만 시민들은 청렴하고 성실한 자질을 갖춘 후보가 당선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사전투표소에는 오전 6시 투표 시작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질서 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종로구와 강남구 등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하러 온 사람들로 투표소에 긴 줄이 생겼다. 강남구 역삼동의 사전투표소를 찾은 직장인 최 모(31) 씨는 “코로나19 확진자도 많이 줄어 본 선거일 다음 날인 목요일과 금요일에 휴가를 가려고 오늘 미리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혜화동 주민센터 등 대학가 투표소에는 친구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아 손에 도장을 찍고 ‘인증샷’을 남기는 청년들도 볼 수 있었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 생애 최초로 선거권을 갖는 고등학생들도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투표소를 찾아 설레는 마음으로 권리를 행사했다.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상당수 시민들은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광역의원과 기초단체장·기초의원, 교육감 후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거주하는 노 모(66) 씨는 “서울시장으로 출마한 송영길 후보와 오세훈 후보는 잘 알지만 솔직히 광역·기초의원들은 누군지도 모르고 공약도 알지 못한다”며 “모두 엇비슷해 보여서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거주하는 권 모(39) 씨도 “투표 용지가 7장이나 돼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구분도 못하고 투표했다”며 “시장부터 기초의원까지 함께 일하라고 같은 정당에 표를 몰아줬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지방선거 후보자가 많은 탓에 공약을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지만 도덕성과 소통 능력 등 기본적인 자질을 갖춘 후보가 당선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의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 모(23) 씨는 “후보들에게 특별히 바라는 건 없다”며 “공직자들이 비리나 횡령을 저지르지 않고 성 추문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서초동에 거주하는 권 모(28)씨는 “당선된 기초의원들이 주민들과 소통을 열심히 하고 공약도 성실히 이행해서 지역 정치와 지역 문제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6시 기준 이날 최종 투표율은 10.18%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 동시간대(8.77%)보다 1.41% 높은 수치다. 사전투표는 이날과 28일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진자 투표는 28일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신분증을 지참하면 전국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