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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을 병풍으로 세우지 않고 수시로 소통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진정성을 느낍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장의 자유를 반복해서 강조하니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자신감이 생기죠.(5대 그룹 고위 임원)”
새 정부가 연일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서면서 재계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잇단 파격 친(親)기업 행보에 10대 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취임 한 달도 안 돼 1000조 원대 투자 약속을 쏟아냈을 정도다. 기업인들은 윤석열 정부가 지금과 같은 자세를 임기 말까지 흔들림 없이 유지하기를 무엇보다 기대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이 현 정부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소통’ ‘자유’ ‘일관성’이다. 윤 대통령은 애초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간 주도 성장’을 천명하면서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예고했다. 시작부터 기업인들을 ‘적폐 청산’ 대상으로 본 이전 정권과 달리 기업에 반감을 갖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공약은 당선 직후부터 현실화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12일 만인 3월 21일 경제 단체장들을 모두 불러 도시락 회동을 가졌다. 여기에는 전 정부에서 철저히 외면 받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허창수 회장(GS(078930)그룹 명예회장)까지 포함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4월 7일 당선인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헬기를 타고 경기 평택 SK(034730)그룹 회장)을 비롯한 전국 상의 회장단, 10대 그룹 대표와 첫 만남을 가졌다.
이달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과 만찬 행사는 현 정부의 기업관을 크게 부각한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 경제인들을 대거 초청해 관례보다 더 앞자리에 앉혔다.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은 현장에서 소셜미디어에 ‘자유! 자유! 자유! 무지개!!’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진 취임 축하 만찬은 친기업 행보의 정점이었다. 윤 대통령은 기존 관행을 깨고 5대 그룹 총수를 최고 귀빈용 헤드테이블로 불러 건배를 제의했다. 5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기업 수사만 한 검찰 출신이라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정부에서는 기업인을 들러리 취급한다는 불만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헤드테이블 건배는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귀띔했다.
기업인들과의 교류는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재차 마주했다. 21일 정상회담 만찬에도 주요 기업인들을 모두 초청해 경제안보 구축에 확신을 줬다. 25일에는 ‘중소기업인대회’까지 대통령실에서 열고 5대 그룹 총수를 또 불렀다. 이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목숨을 걸고 투자에 나섰다”며 강한 결의를 내비쳤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곧장 화답했다. 삼성(450조 원), SK(247조 원), LG(003550)(106조 원), 롯데(37조 원), 포스코(53조 원) 등 10대 대기업이 5년간 1000조 원가량의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33만 개가 넘는 청년 일자리 복안까지 제시하며 고용 불안 우려도 잠재웠다. 산업계에서는 이르면 7월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미국 답방에도 기업인 상당수가 동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제 국회 등 다른 권력기관도 규제 철폐, 사법 족쇄 해소 등에 동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금처럼 큰 상황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실제 단행하려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굳건해야 하는 까닭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보수 정권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을 힘으로 억누른 적이 많았다”며 “기업 입장에서 가장 대응하기 힘든 게 정책 변동성인 만큼 이제 여야도 합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