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국회 이틀 남았는데 여야 추경 입장 차 여전…막판 합의도 불발

정부 13일 60조 추경안 제출…정부 지출만 36.4조
초과세수만 53.3조…역대급 추경에 국채도 9조 상환
민주당 19.9조 증액 맞불…“손실보상 소급 반드시”
손실보상 소급 8조·금융지원 5.2조가 협상 타결 관건

지난 20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5월 임시국회 회기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는 여전히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연일 헙상을 벌인데 이어 여야 원내지도부가 27일 연속 회동하며 담판을 벌였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는 28일로 잠정 연기됐다. 오는 29일 5월 임시국회가 종료됨과 함께 의장단 임기도 종료돼 늦어도 29일 전에는 여야갸 추경안을 합의해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59.4조 원 추경안 제출…초과 세수가 본예산 20%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정부는 지난 13일 국회에 36조 4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370만 명을 대상으로 최소 600만 원, 최대 1000만 원을 지급하는 ‘손실보전금’ 23조 원이 포함된 수치다. 정부안에는 △손실보상 제도 개선(보정률 90%→100%·하한액 50만 원→100만 원) 1조 5000억 원 △금융지원프로그램 1조 7000억 원 △취약가구 긴급생활지원금 및 특수고용노동자 긴급고용안전자금 1조 7000억 원 등도 담겼다. 초과세수분 중 의무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지방재정교부금(12조 원)과 교육재정교부금(11조 원)을 합쳐 본예산 세출을 총 59조 4000억 원 증액하겠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편성한 7차례 추경 중 가장 큰 규모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을 편성할 수 있었던 것은 2022년 제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초과세수가 53조 2600억 원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1조 원에 가까운 초과세수가 발생한 데 이어 이번에도 본예산 세입 규모의 20%에 달하는 초과세수가 발생한 셈이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기재부가 대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과소추계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재원이 넉넉하니 기재부는 사상 최대 규모 추경을 편성하면서도 9조 원의 국채를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53조 2600억 원의 초과세수에 7조 원의 지출을 구조조정하고 여유 자금 8조 1000억 원(한국은행잉여금 1조 4400억 원·세계잉여금 3조 2600억 원 포함)을 추가로 발굴했다. 이렇게 확보한 예산으로 59조 4000억 원의 지출을 증액한 뒤 남는 돈으로 9조 원으로 빚을 갚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19.9조 증액 맞불…與 “적자국채 내자는 것” vs 野 “적자국채 없이 합의 가능”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정부안을 받아든 민주당은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적용 예산 8조 원이 포함된 증액안을 제시했다. 그동안은 제한된 재정 규모에서 적자국채를 발행해가며 추경을 편성했으니 손실보상법 제정 이전에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기 어려웠더라도 이번에는 국채를 상환할 정도로 재정의 여유가 있으니 소급분을 보전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추경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온전하게 보상할 수 있는 사실상의 추경”이라며 “실질적 손실보상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금융안정 프로그램 5조 2000억 원 증액 △농·어민 손실보전금 3조 1800억 원 추가 △특고 등 고용안전지원금 1조 4000억 원 증액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6000억 원 증액 등 총 19조 9000억 원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기재부가 제출한 지출구조조정안에도 문제 삼았다. 여러 부처의 예비비를 수십 억~수백 억원 삭감해가며 재원을 확보하더니 되레 기재부 예비비는 1조 원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집행율이 높은 예산이나 불용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예산도 상당수 감액됐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안의 1485 건의 감액 항목 중 100여 건의 경우 면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조 원 가까운 증액 요구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추경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국채 상환액을 고려해도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적자 국채를 10조 원 가까이 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금 적자국채를 발행하자고 주장한 적 없다”며 “양측이 적극적으로 협상하면 얼마든지 합의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의장 역시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의 증액 요구가 국채상환 비용을 상회한다는 지적에 “저희가 요구를 100% 관철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협상에 나서는 데) 성의조차 보이지 않으니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9일까지 처리해야…손실보상 소급 8조 원·금융 프로그램 5.2조 원이 협상 타결 열쇠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의장실에 모여 합의를 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당초 여야는 5월 내 추경안을 처리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결국 5월 임시국회가 이틀 남은 27일까지 구체적인 지출 규모에 대한 이견이 좁히지 못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찬 회동을 시작으로 추경호 기재부 장관과 함께 수차례 회동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추경안 처리를 위해 이날 오후 8시께 열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도 28일로 잠정 연기했다. 권 원내대표는 “저희로서는 빠르게 처리하고 싶다”며 “여의치 않으면 본회의가 29일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본회의를 개최하면 신임 국무위원 인사와 본회의에 부의된 110 건의 법안 처리에만 세 시간이 소요돼 일단 미루기로 했다”며 “추경안은 논의를 계속하며 이견을 좁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관건은 민주당 증액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을 위한 8조 원과 금융지원 프로그램 5조 2000억 원을 어떻게 조절하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의 경우 기재부가 기존에 지급된 정부지원금 등을 정확히 반영해 추계하기에 따라 실제 필요 예산 규모가 줄어들 개연성이 있다. 민주당이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추계한 수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맹성규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손실보상법으로 보상하지 않은 기간이 2020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4개 분기”라며 “그 중 한 분기의 예상 손실액이 2조 원이라는 당내 자료를 바탕으로 역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23조 원의) 손실보전금에 소급분이 포함된다고 주장하지만 저희는 일부 중복은 있어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입장”이라며 “명확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조 2000억 원의 금융지원 프로그램 역시 협상의 여지가 있다. 당초 민주당이 정부안 제출 전 마련했던 추경안에는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한국형 PPP(고정비감면대출)이 포함돼있었지만 현재 주장하고 있는 증액안은 긴급경영자금만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비감면대출은 경제 위기로 경영난이 닥친 경우 우선 대출을 시행한 뒤 인건비나 임대료와 같은 고정비에 지출한 금액을 대출금에서 감면받는 제도다. 반면 긴급경영자금은 정부가 보증금을 설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민간 자본을 활용해 지원할 수 있어 재정 소요가 적다. 맹 간사는 “당초 민주당은 현금성 지원을 제안했지만 정부는 간접적 지원을 선호하고 있다”며 민주당 증액안에 고정비감면대출이 전제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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