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인문계열 합격자 60%가 이과생…통합수능 '문과 침공' 현실로

경희대, 모집단위별 수학 선택과목 비율 최초 공개
자율전공학부는 28명중 27명이 미적분·기하 선택
고려·연세·서강·한양·중앙대도 50~60% 차지 예상
수시에서도 이과생 강세 나타나…최저 충족비율↑

2022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처음 치러진 2022학년도 입시에서 서울의 한 주요 대학 인문·사회계열 정시 합격자 절반 이상이 이과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과생들이 문과생보다 수학 선택과목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활용해 주요대 인문계열을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29일 종로학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경희대의 2022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인문·사회계열 최종합격자 776명 중 60.3%(468명)가 이과생이었다. 경희대가 주요 대학들 중 최초로 합격자 통계자료 중 수학 선택과목 비율을 모집단위별로 공개하면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 비율이 드러난 것이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수험생은 39.7%에 그쳤다.


모집단위별로 이과생이 90% 이상인 곳은 자율전공학부, 빅데이터응용학과, 건축학과(인문) 등 3곳이며 한의예과(인문)는 84.6%에 달했다. 경희대 자율전공학부(28명)는 최종 합격자 중 이과생은 96.5%(27명)에 달했고 구체적으로는 미적분 22명(78.6%), 기하 5명(17.9%)이었다. 빅데이터응용학과(13명)는 이과생이 92.3%(12명), 건축학과(인문·11명)는 이과생이 90.9%(10명)이었다. 한의예과(인문)도 최종 합격자 13명 중 11명(84.6%)이 이과생이었다.


지난 2월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역시 2022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 인문·사회계열 모집단위 최초합격자 486명 중 미적분·기하에 응시한 수험생이 216명(44.4%)에 달했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통합형 수능이 치러진 2022 정시 입시 결과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실제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며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들이 구체적인 수학 선택과목별 입시 통계자료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인문·사회계열 모집단위의 정시 합격자 중 대체로 이과생이 50%∼6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형 수능 도입에 따른 이과생의 강세는 수시모집에서도 나타났다. 고려대 학교추천전형 경쟁률은 11.09대 1로 수능 최저등급 충족 비율은 42.8%였는데, 인문계열은 이보다 낮은 37.1%를 기록했고 자연계열은 인문 계열보다 9.4%포인트 높은 46.5%로 나타났다. 최종합격자 교과 평균 등급 역시 자연계열이 1.50등급으로 인문계열 1.64등급보다 높았다. 단과대학별로는 의과대학이 1.16등급으로 가장 높았다.


오 평가이사는 “2022학년도 통합형 수능에서 문과 학생들이 이과 학생들에 비하여 수학 영역에서 대체로 1등급 정도 수능 성적이 낮은 것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고려대 2022 정시 일반전형 입시 결과 ‘N수생’인 졸업생이 6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모집에서 고3 재학생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수시보다 정시에서 졸업생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2022 경희대 정시 일반전형 인문·사회계열 최종 합격자의 수학 선택과목 비율. 사진 제공=종로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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