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성명 채택이 27일(현지 시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후 이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제동이 걸리면서 미얀마 내 인도주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28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안보리가 전날 비공개 회의를 열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한 뒤 영국 주도로 관련 성명 문안 작업에 나섰으나 일부 문구를 둘러싼 의견 충돌로 채택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의 부총리 겸 외교장관, 미얀마 아세안 대사, 놀린 헤이저 유엔 미얀마 특사도 참석했다.
성명 초안은 “1년 전 아세안이 미얀마 위기 종식을 위해 합의한 5개 사항에서 ‘제한적인 진전’만이 이뤄진 것에 대해 안보리가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미얀마 군부에 구체적 행동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측이 ‘제한적인’ 대신 ‘느린’이라는 문구를 쓸 것을 고집하면서 안보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중국의 과도한 요구가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고 비판했지만 중국은 의견에 “아주 작은 차이”만 있었을 뿐이라면서 “우리 측이 제시한 문구가 사실적이면서도 덜 독단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지난해 4월 미얀마 반군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을 중재하기 위한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당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최고사령관도 참석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합의 후에도 군부의 탄압은 계속됐다. 지금까지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반체제 인사 탄압으로 18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