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나란히 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두 작품이 칸영화제에서 함께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이번 수상을 통해 한국은 역대 칸영화제에서 모든 본상 수상작을 배출한 국가로 자리매김하며 세계 영화 산업에서 중심에 있음을 입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름에 빠진 한국 영화계도 모처럼 크게 웃었다.
박 감독은 이날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한국 감독으로서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2004년 ‘올드보이’로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데 이어 세 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으며 ‘깐느박’의 명성을 증명했다. 배우 박해일 등과 축하 인사를 나누고 웃으며 무대로 나온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리기도 했지만 단일한 근심과 공포를 공유하게 됐다”며 운을 뗐다. 이어 “영화가 극장에 손님이 끊기는 시대가 됐지만 그만큼 영화관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주연인 박해일과 탕웨이를 향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극장용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의미를 소신 있게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관이 곧 영화다. 영화관에서 집중된 태도로 집중력을 가지고 여러 사람과 함께 동시에 영화를 본다는 체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송강호는 ‘브로커’로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로 범위를 넓혀도 역대 세 번째다. 송강호는 본인의 이름을 듣고 옆자리에 앉았던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과 포옹한 후 무대로 나왔다. 불어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긴 그는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강동원·이지은·이주영·배두나 씨에게 깊은 감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면서 “끝으로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한국 영화에 성원을 보낸 분들 덕분이라고 영광을 돌렸다. 송강호는 “고레에다 감독님은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계시기 때문에 같이 작업하는 데 이질적이거나 한 것은 거의 없었다”며 “그가 추구하는 테마는 가족”이라고 설명했다.
두 작품 외에도 올해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예년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환대를 받았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첩보액션물 ‘헌트’는 영화제 초반 화제를 끌었다. 비록 비경쟁 부문으로서 장르물 영화 대상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작이었지만 일부 외신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정주리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콜센터 업무를 통해 노동과 페미니즘 이슈를 다룬 ‘다음 소희’는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영화지만 한국의 해외 입양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에서 촬영했던 데이비 추 감독의 ‘리턴 투 서울’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에 출연한 오광록은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단편 경쟁 부문에는 애니메이션 중 유일하게 문수진 감독의 ‘각질’이 초청됐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를 향한 세계적 관심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 관객들이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장르 영화 안에도 웃음·공포·감동이 다 있기를 바란다”며 “많이 시달리다 보니 한국 영화가 이렇게 발전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송강호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