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당초 9조 원이었던 국채 축소 물량을 7조 5000억 원으로 1조 5000억 원 감액하기로 결정했다. 국채 축소는 원래 발행하기로 예정돼 있던 국채 발행 물량을 계획보다 줄인다는 의미다. 바꿔 말해 시장 입장에서 보면 국채 공급 물량이 정부 제출 추경안보다 1조 5000억 원 늘어나게 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국고채 시장에서 공급 확대가 곧 국채 발행 및 유통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3월 2.18%였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추경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4월 한때 최고 3.18%까지 급등한 뒤 최근 3%대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을 감안하면 국채 발행 확대가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운용역은 “1조 5000억 원이라는 숫자가 수급을 흔들 정도의 물량은 아니지만 시장 심리에는 분명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26일 6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12조 원으로 예고했는데 이는 5월(14조 5000억 원) 대비 2조 5000억 원이나 줄어든 규모다. 특히 30년물 장기채 발행 축소 규모가 7000억 원으로 가장 커 건전성을 중요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운용 방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발행 물량이 결과적으로 당초 계획 대비 늘어나면서 이 같은 건전성 강화 움직임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이상의 추경은 없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줄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차 추경은 없다”고 밝힌 적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추 부총리가 평소 회의 때 ‘목표 달성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은 경제 운용에서 하수’라고 자주 지적했다”며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적어도 연내 추경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