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와 미키 리(Miky Lee), 정서경 작가를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띄웁니다.”
28일(현지 시간)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이 열린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통해 주연배우 외 두 사람의 이름을 더 언급했다. 한 사람은 ‘친절한 금자씨’부터 각본을 함께 작업하고 있는 정 작가, 나머지 한 명은 이미경(사진) CJ 부회장이었다. ‘미키 리’는 그의 영어 이름이다.
막을 내린 올해 칸영화제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단연 이 부회장과 CJ ENM(035760)이다. CJ ENM은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과 남우주연상 작품인 ‘브로커’ 두 편 모두의 투자 및 배급을 맡았다. CJ ENM이 25년 이상 300편 넘는 한국 영화에 대해 제작·투자·배급을 하며 2조 원을 들인 결실이 이처럼 하나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이를 이끄는 이 부회장 역시 재차 조명을 받고 있다.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모두 이 부회장의 이름이 총괄제작자(Executive Producer)로서 올라가 있다.
그는 ‘기생충’이 경쟁 부문 후보작에 올랐던 2019년에 이어 다시 배우와 제작진 응원차 칸영화제를 찾았다. CJ ENM 관계자는 “미국에 머물던 이 부회장은 영화제 개막 직전 칸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헤어질 결심’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있던 23일 이 부회장은 박 감독의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관람했다. 그는 영화가 끝난 후 불이 켜지자 박 감독과 주연배우 탕웨이·박해일을 향해 박수를 보낸 후 일일이 포옹했다. 26일 ‘브로커’의 프리미어 상영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송강호·강동원·이지은(아이유)·이주영이 레드카펫을 걸어 들어와 객석에 앉는 순간 이 부회장의 모습이 눈에 띄었으며 그는 상영이 끝난 후 이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CJ가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후 영화·미디어 사업을 이끌어 왔다. 1995년 미국 콘텐츠 제작사 드림웍스SKG의 창립 당시 CJ가 3억 달러를 투자할 때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이후 CJ ENM이 박찬욱·봉준호 등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에 투자·배급을 맡으며 창작 활동을 지원해 왔다. 박 감독과는 그를 대중에 알린 2000년작 ‘공동경비구역JSA’부터 그가 만든 영화를 모두 투자·배급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데뷔작의 실패로 절치부심하던 봉 감독의 2003년작 ‘살인의 추억’에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 부회장이었으며 이 인연은 ‘기생충’까지 이어졌다.
미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도 3월 이 부회장을 ‘국제 미디어 분야 올해의 여성(International Media Woman of the Year)’으로 선정하며 주목했다. 그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드림웍스에 투자할 당시 “제프리 캐천버그, 데이비드 게펀,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단지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최고에게 배우고 싶어 투자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나는 한국의 콘텐츠 산업 전반을 세우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