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의 혁신…LG이노텍, 신제품 검증 14일→ 5시간으로 단축

가상공간 활용 '디지털 트윈' 기술
AI로 온도·압력 등 최적조건 찾아
사무실서 공장 방문한듯 성능 평가
전사업 분야 확대적용해 고객경험 혁신



LG이노텍(011070)이 정철동 대표의 지휘 아래 ‘디지털 트윈’ 기술로 각종 공정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에 기계·장비 등을 쌍둥이처럼 만들어 실제 발생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LG이노텍은 올해 안으로 이 기술을 전 사업 분야에 확대 적용해 DX(디지털 전환) 고도화를 완성할 방침이다.


29일 LG이노텍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기판 신제품의 검증 기간을 14일에서 5시간으로 단축했다. 직원들이 공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사무실에서 노트북만으로 성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직원들은 클라우드로 현장 생산 라인과 똑같이 만든 가상의 공정에 접속해 여러 조건으로 제품을 시험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온도·압력 등 최적의 조건을 찾아낸 뒤 생산 라인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LG이노텍은 반도체기판의 도금 공정(물체 표면에 금속을 얇게 입히는 과정) 개발 기간도 기존 45일에서 20일로 줄였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분야에서도 카메라렌즈와 센서의 중심을 맞추는 생산공정에 디지털트윈을 적용해 공정 개발 기간을 50% 이상 감축했다. 가상공간에서는 공정 단계별로 모든 제품을 검수해 불량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공정 단계별로 불량 여부를 알 수 없어 부품을 조립한 뒤 제품을 선별 검수해 문제를 파악했다. LG이노텍은 이 기술 덕에 주요 불량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올해만 40%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 사진 제공=LG이노텍

고객사에도 디지털 트윈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판 성능 평가 기간을 94% 줄였고 비용도 아끼게 됐다”며 “고객사에 기판 성능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공정을 제안해 추가 선행 개발 파트너로 선정됐고 몇몇 글로벌 고객사는 감사 편지도 보냈다”고 소개했다.


LG이노텍이 디지털 트윈에 주목한 것은 정 대표가 취임한 후부터다. 2020년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기반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도입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3월 주주총회에서도 “디지털 트윈 가속화를 통해 연구개발(R&D),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LG이노텍은 제품 기획·R&D 전략·생산 등 모든 영역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공장 설비와 가상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협력사와 데이터 공유 생태계도 구축한다.


강민석 LG이노텍 CTO는 “디지털 트윈은 직원 개인의 역량 차이와 무관하게 최적의 솔루션을 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고객 맞춤형 생산은 물론 가상현실·딥러닝 등을 모든 가치사슬에 적용해 고객경험을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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