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친구들의 성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 했던 정윤지(22·NH투자증권)가 데뷔 3년차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정윤지는 29일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 원)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골라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8언더파 208타로 지한솔(26) 등 3명과 함께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마친 그는 5차 연장까지 치르는 혈투 끝에 정상에 올랐다.
정윤지는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를 지내면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임희정(22), 유해란(21)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한 선수다. 기대를 모으며 2020년 KLPGA 투어에 입성한 그는 이 대회 전까지 준우승 2차례를 포함해 톱 10에 7차례 이름을 올렸으나 우승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동기생인 조아연(통산 3승), 임희정(4승), 박현경(3승)이 ‘2000년생 트로이카’로 활약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2주 전 후원사가 주최한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상승 기류를 탄 정윤지는 정규 투어 데뷔 52번째 출전 만에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우승은 쉽지 않았다. 이날 3타 차 공동 9위로 출발해 공동 선두로 올라섰지만 지한솔, 하민송(27), 이소영(25)과 연장전을 벌여 했다.
18번 홀(파4)에서 반복된 연장 승부는 불꽃을 튀겼다.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던 하민송이 1차 연장전에서 혼자 버디를 잡아내지 못해 탈락했고, 셋이서 벌인 연장전은 4차까지 이어졌다. 핀 위치를 바꿔 치른 4차 연장전에서 정윤지와 지한솔이 버디를 잡고 이소영은 파에 그쳐 우승 후보는 2명으로 압축됐다. 4차 연장전에서 정윤지는 지한솔이 두 번째 샷을 홀 한뼘 옆에 붙여놓은 상황에서 3m 버디를 떨구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기세가 오른 정윤지는 5차 연장전에서 4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파 퍼트를 남긴 지한솔을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억 4400만 원.
통산 2승으로 모두 이번 대회가 열린 사우스스프링스CC에서 거둔 지한솔은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역시 통산 5승 중 2승을 사우스스프링스에서 올린 이소영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지한솔과 이소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나란히 3언더파를 적어냈다. 하민송은 1타밖에 줄이지 못하고 연장전에 끌려가면서 통산 2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이소미(23), 전예성(21), 김희지(21)가 7언더파 공동 5위에 올랐다.
정윤지는 “그동안 친구들의 우승에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면서도 부정적이고 의기소침한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커졌다”고 소감을 밝히고 “미국 진출과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멘탈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마지막 조 선수 3명이 18번 홀 그린에서 퍼트 라인을 살피던 중 갑자기 그린을 둘러싼 스프링클러가 물을 뿜어내 7분 가량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위원회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 처리 규정에 따라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선수들을 안정시킨 뒤 경기를 속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