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식량 불안과 물가 상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 식량시장은 매우 불안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악화와 기후 불안정 등으로 2019년부터 계속 증가해 오던 식량가격지수는 전쟁으로 더 뛰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3월 세계곡물가격지수는 170.1포인트로 2월에 비해 17.1%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류는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식량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기후 불안정, 전쟁, 유가와 비료 가격 급등, 식탁 물가의 급등이 동시에 발생한 초대형 퍼펙트스톰을 맞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식용유와 분유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식량을 구할 수 없는 20개국 이상의 개도국에서는 사회불안과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로 자기만 살겠다는 식량보호주의가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는 자국민들을 위한 식량 확보를 위해 각국 정부가 새로운 수출 장벽을 쌓게 하고 있다. 세계 35개국이 식품과 비료에 대해 수출을 금지하고 통제하고 있다. 인도는 4월까지 적극적으로 밀 수출을 추진하더니 50도 가까운 불볕더위로 밀 생산량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자 5월 13일 전격적으로 밀 수출 금지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해바라기 씨를 수출하지 못하니 국제 식용유 가격도 폭등했다. 전 세계 팜유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는 물가 불안으로 4월 28일 팜유 수출을 금지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5월 23일 팜유 수출 금지를 해제하는 등 널뛰기를 하고 있다. 전 세계 슈퍼마켓에서 식용유와 밀가루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소비자에게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국제 곡물 시장은 앞으로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제 곡물 시장은 최소한 3년 이상 불안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밀 파종을 60%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러시아가 트랙터 등 농기계 부품을 뜯어가고 도로·철도·항구와 창구도 파괴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니 밀·옥수수·보리를 수출하지 못해 곡물 창고에 재고가 넘쳐나고 올해 수확을 해도 보관할 창고도 없다.
글로벌 식량 위기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 국제 곡물가격의 불안정과 지속적인 상승이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어 큰 걱정이다. 곡물 생산과 수출은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소수의 국가에 집중돼 있다. 소수의 곡물 수출국들은 자국 내 충분한 소비를 확보한 후 남는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 전쟁·가뭄과 불볕더위·코로나19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수출이 중단되고 국제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 소수의 곡물 메이저가 국제 곡물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가격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밀과 사료 곡물을 안정적으로 국내에 공급하기 위해 선물시장을 통한 장기 계약을 맺고 수입선도 다변화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위기관리를 위한 비축량도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곡물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20%에 불과하다. 육류 소비가 급증하고 쌀 소비가 감소하다 보니 곡물자급률은 더욱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식량 생산능력을 높여야 한다. 농지는 한 번 전용되고 복구될 수 없다. 우량농지를 보전하기 위해 농지보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모작을 통해 경지이용률을 높이고 식량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식량안보직불금도 도입해야 한다. 국내에 자급할 수 있는 쌀의 소비 확대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내 식량 생산과 소비를 늘려야 식탁 물가를 안정시키고 서민 경제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