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올 연말 최종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는 이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업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서둘러 도입할 경우 큰 부담을 진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제2차 대한상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어젠다그룹 회의’를 열고 ISSB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 대한 대응 전략과 정책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소장, 전규안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등 22명이 참석했다.
숭실대 교수인 전규안 부위원장은 ‘KSSB 설립추진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를 발표하고 “국내 전담기구 설립을 통해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과의 협력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내 경영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ISSB 기준 제정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회계기준원 내에 KSSB를 설립하고 자본시장법에 설립 근거 규정과 관련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소장은 “ESG 공시와 관련해 어떤 기준을 사용할지, 정보공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정보공시 품질검증기준을 누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ESG 공시제도의 안정을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결론이 어떻게 나든 기업은 사업장별 ESG 데이터 관리체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짚었다.
대한상의가 이달 2∼18일 국내 20대 그룹과 주요 은행 17개 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3.0%는 ISSB 공시기준 적용 시기에 대해 ‘기업 부담 가중을 우려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79.0%는 ‘ISSB 공시기준 초안과 관련 공시 내용을 기업 자율에 맡기고 ESG 리스크를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SSB 공시기준에 대한 정책 대응 방안을 두고는 67.0%가 ‘국내 공시제도 현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속가능성, 기후변화 등 두 분야로 구성된 ISSB 공시기준 최종안은 올 연말 확정될 전망이다.
김의형 원장은 “KSSB를 통해 국내 기업, 투자자, 유관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ESG 글로벌 공시기준 도입에 따른 국내기업의 입장을 균형감 있게 논의하고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태희 부회장은 “ESG 공시가 향후 ESG 경영의 노력과 성과를 가늠하는 척도인 만큼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어젠다그룹을 통해 ISSB 공시기준 제정에 우리 경제계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