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우주산업 등에 쓰이는 금속을 제조하는 미국 텍사스 소재 기업 아네타는 지난 18개월 동안 총 80만 달러(약 10억 원)를 투자해 로봇 7대를 도입했다. 고객사로부터 주문이 밀려들어 주말에도 공장을 가동해야 하지만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내린 결정이다. 존 뉴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용접 작업을 하는 데 사람은 3시간이 걸리지만 로봇은 30분이면 된다”며 “로봇은 휴식 시간도 필요 없다”고 흡족해 했다.
팬데믹 이후 전방위적인 임금 인상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로봇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 첨단자동화협회(A3)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미국 기업들이 신규 도입한 총 로봇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급증했다. 지난해 신규 로봇 구입액도 16억 달러로 전년보다 22%나 급증하며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데 비해 크게 늘었지만 올 들어 이 같은 추세에 한층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노동력이 풍부하고 임금 상승도 가파르지 않았던 미국에서 로봇은 기업들이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가 한국과 일본·독일 등 제조 강국에 비해 뒤처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인력난과 임금 부담이 본격화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로봇 도입이 주로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식료품과 소비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제조 현장에서도 로봇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2016년 미국 산업계에 신규 도입된 로봇 가운데 자동차 이외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8%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기술 발달로 예전에 비해 로봇 성능이 개선되고 다양화된 점도 미국 기업들이 로봇 도입에 적극 나서게 된 이유다.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 제조 업체인 화낙의 마이클 시코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제조 업체들은 산업용 로봇 운용이 너무 복잡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산업용 로봇 운용이 훨씬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이 결국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다론 아제모을루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산업이 제조업에서 밀려난 노동자를 흡수하지 못한 채 로봇 의존도를 계속 높인다면 이는 인간 노동력의 과잉 공급과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만약 로봇을 통한 제품 생산이 빠르게 확산하면 많은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