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브리핑] 롯데·SK도 신용보증기금 찾아…돈줄 확보 나선 대기업 계열사들

롯데글로벌로지스·SK머티리얼즈 등 P-CBO 조달
'평판 훼손' 부담에도 저금리 현금 확보 분주


신용보증기금을 찾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평판 훼손을 우려해 발길을 꺼리던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입니다. 지난 26일에는 롯데글로벌로지스(560억 원)를 비롯해 LX하우시스(108670)와 SK실트론 등이 신보를 찾아 각각 1000억 원을 조달했지요.


P-CBO는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ABS)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이 비우량 기업의 채권에 보증을 서고 ‘AAA’ 등급의 ABS를 발행하는 구조지요. 원래는 신용등급이 낮아 자력으로 사채 발행이 어려운 투기등급(BB+ 이하) 회사들을 위한 제도였던 만큼 대기업 계열사들의 참여는 많지 않았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과 한데 묶여 채권이 발행되는 데다가 '자기 신용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이라는 평판 훼손까지 감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해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니즈가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조달금리 역시 예년 대비 1%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시장의 회사채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회사채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는 이달 78bp(1bp=0.01%포인트) 이상 벌어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입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각 국 중앙은행들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채권 중에서도 위험이 높다고 평가받는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쪼그라든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자 자금을 급히 갚아야 하는 A급 기업들이 신보를 찾아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2월부터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던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높아진 금리와 물량 부담으로 단기금융시장을 찾는 등 자금 조달 통로를 선회한 지 오래입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 P-CBO 발행에 나선 SK렌터카 역시 시중 금리보다 약 40~50bp 낮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최근 시장 금리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지적하며 AA등급 회사채부터 조금씩 투자 심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우수한데다 이미 시장금리가 약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지요. 3000억 원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SK의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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