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무더운 여름이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과일 수박을 방송에서 판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엔 방송 날짜에 맞춰 밭에서 수박을 수확해 방송국으로 옮겨 무대에 하나씩 진열해야 했다면, 이젠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수박밭으로 가면 된다. 그곳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며 수박을 직접 수확해 먹는 장면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다. 바야흐로 라이브 커머스 시대다.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로,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경제가 부상하면서 시장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2020년 기준 4,000억원 규모인 국내 라이브커머스시장이 2023년엔 1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쇼핑호스트 3년 차인 최재용(58) 씨는 인생 2막의 직업으로 라이브 커머스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모바일쇼핑호스트를 선택했다. 그의 나이 55세 때 일이다. 최 씨는 기업에서 마케팅 관련 일을 하다 비슷한 일을 하는 MD(Merchandiser, 상품기획자)라는 직업을 알게 돼 전직했다. “전직 후 행복해 월요일만 기다려졌다”고 말하는 최 씨가 홈쇼핑 호스트를 그만두고 라이브 커머스로 눈을 돌린 건 나이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홈쇼핑 호스트로서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느낀 그는 과감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모바일쇼핑호스트협회를 만들어 후학까지 양성하고 있는 최재용 모바일쇼핑호스트를 만났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모바일쇼핑호스트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최재용이다.”
- 오늘 스타일에서부터 쇼핑호스트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인터뷰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 입은건가.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어린이과학관에서 촬영이 있어 겸사겸사 이렇게 입었다. 이번 촬영은 메타버스를 어린이의 관점에서 쉽게 설명하는 교육 관련 프로그램이다.”
- 앞서 ‘모바일쇼핑호스트’로 자신을 소개했는데, 모바일쇼핑호스트와 홈쇼핑호스트가 어떻게 다른가.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선 똑같다. 차이점은 진입장벽의 높고 낮음에 있다. 일단 홈쇼핑의 쇼핑호스트가 되려면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본 후 최종 합격이 돼야 한다. 물건도 마찬가지다. 홈쇼핑에 입점하기까지 굉장히 까다롭고 그 과정이 어렵다. 반면 모바일쇼핑호스트가 되고 싶으면 스마트폰을 켜고 관련 라이브 커머스를 켠 후 방송하면 된다. 진입장벽이 홈쇼핑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모바일쇼핑호스트도 관련 교육을 받고 시작하면 체계적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케팅하다 쇼핑호스트로 전직…적성 잘 맞아
- 원래 쇼핑호스트가 직업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을 했었나.
“첫 직장은 제너럴일렉트릭이었다. 거기서 마케팅팀 가전 홈쇼핑 게스트로 일하다 MD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마케팅보단 MD가 더 적성에 맞을 거 같아 헤드헌팅을 통해 한국까르푸로 이직해 쇼핑호스트를 시작했다.”
- 전직 후 어땠나.
“호기심이 많다 보니 새로운 상품을 발굴해 기획한 후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는 이 일이 너무 잘 맞았다. 전직 후 너무 좋아서 주말이면 월요일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쇼핑호스트에 필요한 자질이 궁금해진다.
“상품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상품을 발굴해 낼 수 있고, 판매할 때도 다른 시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이 설득력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과 다르다.”
- 제품을 제대로 알려면 제품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
“쇼핑호스트는 대부분 판매할 물건을 일주일 전에 미리 받아서 사용해본다. 직접 써보면서 세일즈포인트를 찾아낸다. 어떻게 설득하는지에 따라서 안 팔릴 물건도 팔릴 수 있어서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 홈쇼핑호스트를 하다 모바일쇼핑호스트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모바일로 넘어간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보고 싶었다. TV홈쇼핑에서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을 라이브커머스에서는 얼마든지 판매가 가능하다. 다음으론 나이를 먹다 보니 한계를 느꼈다. 반면 모바일홈쇼핑호스트는 나이에 제한 없이 니즈와 건강만 있다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다.”
- 얼마 전에 TV에서 요트 탑승권을 판매하는 것을 봤다. 그것도 라이브커머스였나.
“맞다. 요트 탑승권 판매 제안을 받고, 판매방법을 고민하다 요트에 탑승해 판매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라이브 커머스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강에서 요트를 타면서 판매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더 많이 팔렸다.”
- 홈쇼핑호스트에서 모바일쇼핑호스트로 옮겨가 활동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이 분야도 인지도가 중요하다. 모바일쇼핑호스트를 막 시작했을 땐, 인지도가 없으니 매출이 없었다. 그때가 가장 어려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모바일로 방송을 보거나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시장이 커지니까 부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매출도 함께 늘었다. 라이브 커머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코로나19가 기회가 됐다.”
- 물건을 판매하다 보면, 매일 좋은 실적을 거두긴 힘들 것 같은데, 어떤가.
“맞다.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잘 팔릴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2시간 동안 열심히 설득했음에도 판매가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았을 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업체에도 2시간 방송했던 내용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다양하게 활동할 것을 조언한다. 당장은 판매실적이 저조했어도, 장기적으론 도움이 된다.”
모바일쇼핑호스트 인생 2막 직업으로 좋아
- 모바일쇼핑호스트아카데미는 어떤 곳인가.
“말그대로 모바일쇼핑호스트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모바일쇼핑호스트 일을 시작하면서 그해(2020년) 아케데미를 마음이 맞는 분들과 함께 설립했다. 쇼핑호스트, 아나운서, 성우 등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피치, 설득하는 법, 상품 발굴하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
- 모바일쇼핑호스트과정엔 연령 제한은 없나.
“제한을 두지 않는다. 현재 아카데미에서 수업듣는 연령을 살펴보면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 실제로 중장년 중 모바일쇼핑호스트아카데미를 통해 모바일쇼핑호스트가 된 사례가 있나.
“있다. 원래 쇼핑호스트가 꿈이었는데, 이루지 못하다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고 모바일쇼핑호스트로 활동하는 여성분이 있다. 지금은 시니어패션모델도 하더라.”
- 모바일쇼핑호스트가 되려면, 꼭 아카데미 등을 통해 교육을 받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교육을 받고 시작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 라이브 커머스를 많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관심 있는 아이템 위주로 라이브 커머스를 찾아서 보다 보면 쇼핑호스트들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세일즈포인트를 찾는 방법도 알게 된다. 그 후엔 유튜브를 통해 직접 판매를 해보면서 연습해보는 거다.”
- 인생 두 번째 직업으로 모바일쇼핑호스트의 장점을 말해 준다면.
“라이브 커머스는 현장을 가는 일이 많다. 그렇다 보니 전국을 다니면서 일하는데, 그게 마치 여행하는 기분이다. 그런 면에선 중장년들이 인생 두 번째 직업으로 삼기에 좋은 직업이라 생각된다.”
- 이 일의 정년은 몇 살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정년이 따로 없는 게 모바일쇼핑호스트의 장점 중 하나다. 건강이 허락된다면 70살을 넘어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