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재원으로 사용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이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이른바 ‘깡통기금’으로 전락하며 누적적자만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 고갈이 심각한 탓에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2022년 회계연도 기금평가 결과’에서는 사업구조조정까지 권고 받아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한데도 주무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가 3년째 방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순자산이 3년째 고갈돼 2021년 누적적자가 2조4724억6799만 원에 달한다. 2018년에 120억2100만 원이었던 순자산이 2019년에 845억7300만 원의 적자로 돌아선 후 2020년에 누적적자 2261억9400만 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대비 지난 한 해에만 993.0%나 폭증한 셈이다. 기금 운영계획에 따라 누적적자는 정부 출연금으로 메워줘야 하지만 당장은 코로나 여파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기대할 수 없어 결손 규모 확대는 불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손 규모가 커진 이유는 장기차입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금의 순자산이 흑자였던 장기차입부채는 2018년 6조4706억 원에서 지난해 14조3388억 원으로 121.5%나 급등했다. 3년 간 적자 전환은 물론 결손 누적으로 극심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정부에 갚아야 할 차입금도 6조 원대에서 15조 원대로 2.2배나 불어났다. 이 여파로 기재부가 발표한 2022년 회계연도 기금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은 사업구조조정 및 신규수입원 발굴 등을 권고 받아 건실한 운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심각한 문제는 기금운영을 책임지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피해 보상에 방점을 찍다 보니 추경으로도 부족한 손실보상 부분을 소상공인시장진흥금으로 우선 메우는데 급급한 까닭에 재원 고갈을 파악하고도 안정적 기금운용을 위한 정부 출연금 확보를 외면해 누적적자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부채증가는 재정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활력과 경기 부양을 위한 긍정적 측면이 훨신 크다”며 “결국에는 정부예산으로 메워지겠지만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한 재원마련은 당분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