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는데 윤 대통령도 관련 감찰을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조직에 맡기는 방안을 구상하겠다는 얘기다. 또 민간 출신 인재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함께하는 민관합동위원회 출범도 사실상 무산될 분위기다. 모두 대선 공약 사안이라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30일 서울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특별감찰관제도와 관련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민정수석실 폐지, 대통령실의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 폐지 등 전반적으로 여건이 이전 정권들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신설됐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2016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사퇴한 뒤 문 전 대통령은 후임을 임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친인척 비리에 손을 놓고 있다고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이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윤 대통령이 제도의 부활을 직접 발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은혜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이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당선인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제도의 재가동을 공식화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청와대 역할을 하는 대통령실도 특별감찰관이 아닌 다른 제도를 구상하는 것이다. 기존에 검찰과 경찰을 관할하던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폐지됐고 수석급 비위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있는 만큼 다른 형태의 감찰제도를 고려하겠다는 설명이다.
용산 집무실에 민간 최고의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대통령에게 수시로 조언하는 민관합동위원회 신설 역시 무산되는 분위기다. 국가적 의제를 추출하고 이행 결과를 점검하는 기능을 대통령 비서실 안에서 자체 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 관료 출신인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최상목 경제수석 등 수석들이 모두 정책 전문가로 구성된 영향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간과의 소통을) 어떤 제도화된 형태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지켜보시면 여러 방법으로 소통하겠다는 말씀 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약 파기 논란과 관련된 지적에 대해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달라진 상황을 감안해서 다른 구상을 하고 있다는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