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원자재 값 급등으로 건설 업계의 부담이 커지면서 정부가 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적기에 반영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오전 원희룡 장관 주재로 세종시의 한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 ‘건설자재 공급망 점검회의’를 개최해 건설 업계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차질 없는 공사 진행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국토부와 기획재정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계 부처·기관과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 등 건설 업계가 참여했다.
정부는 공공 공사에서는 관급 자재별 가격 인상 요인을 납품 단가에 신속히 반영해 자재가 제때 납품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단품 슬라이딩(자재 가격 변동률이 15% 이상인 경우 계약 금액 조정)’ 등 현행 공사비 조정 제도에 대한 개선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민간 공사에 대해선 물가 변동 시 공사비 증액 조치가 가능한 ‘표준도급계약서’ 사용을 확대한다. 또 표준계약서를 쓰지 않은 현장도 공사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건설 업계 등이 참여하는 ‘건설업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공사비 조정을 독려하기로 했다. 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처럼 공사비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정비사업의 경우 착공 이후 물가 변동에 따라 계약금이 조정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함께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주택 공급 현장에서 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분양가 구성 항목 중 ‘기본형 건축비’ 인상을 담은 분양가상한제 개선 방안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또 분양을 마친 사업장에 대해 건설사가 납부한 분양 보증 수수료의 50%를 최초로 환급하는 등 업계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며 공공 공사에서 의무 적용 중인 ‘에스컬레이션 조항(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민간 공사로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원 장관은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하되 국민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비용을 함께 분담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