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절벽·금리인상·주가하락 '3중고'에 K바이오 성장판 닫히나 [Why 바이오]

바이오 IPO 지난해 16건→올해 3곳 급감
투자자 보호 위해 깐깐해진 상장 심사 원인
기술특례상장 개편 지연으로 IPO 연기 가능성
글로벌 바이오 투자 위축에 L/O 절벽 우려



K바이오의 '돈줄'이 말라버렸다. 바이오기업의 기업공개(IPO)는 '방하기'를 겪고 있고, 주식시장의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 벤처 수익의 핵심인 기술수출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3중 파고’가 한꺼번에 덮쳤다. 신약 연구개발(R&D), 임상 등 대규모 자금이 꾸준히 투입돼야 하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현재와 같은 ‘자금 조달 보릿고개’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으로의 퀀텀점프는커녕 조기에 성장판이 닫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길어지는 IPO 방하기에 바이오벤처 '고사 위기'=IPO를 통해 R&D 및 임상 자금을 조달하려는 바이오 벤처들에 올 들어 지속되고 있는 ‘기술특례상장 절벽’은 생존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올 들어 기술특례를 통해 IPO에 성공한 기업은 애드바이오텍(179530)·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노을(376930) 등 3곳에 불과했다. 2020년 전체 24건, 2021년 16건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기존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사고’를 치면서 한국거래소가 눈높이를 높인 데다 개편 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특례 제도를 활용해 상장한 기업 150곳 중 65.3%(98개)가 바이오 기업이다. 문제는 기술특례 상장사들 가운데 거래가 정지된 4곳(신라젠(215600)·인트로메딕(150840)·디엑스앤브이엑스·큐리언트(115180))이 모두 바이오 기업이라는 점이다. 한국거래소는 결국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심사 기준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술특례상장 개편을 위한 ‘표준 기술평가 모델’이 예상보다 늦어진 올해 말에야 도입될 예정이다 보니 바이오 벤처 기업들의 생존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술특례상장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29일 “당초 7월 완료할 예정이었던 개발 용역 시점이 8월 혹은 더 늦은 3분기 막바지로 늦춰질 수 있다”며 “용역 이후 공청회 등 도입 절차를 고려하면 일러야 연말이나 돼야 새로운 평가 모델이 현장에 시행되고 기업들은 내년 초부터나 IPO를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 그래도 기술성 평가부터 상장 심사까지 바이오 IPO 기준이 까다로워진 가운데, 변화를 앞둔 시기에 개편 전 기술성 평가로 무리하게 상장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바이오벤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개편 전 기준으로 IPO를 강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새로운 평가 모델이 활성화할 때까지 추가 시리즈나 프리 IPO 투자 유치로 운영자금을 충당할 예정이지만 상장 일정이 계속 늦춰지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지난해 말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하고 새로운 기술성 평가 도입 시기로 IPO 일정을 연기한 콘테라파마·스탠다임·딥바이오 등은 추가 지연 가능성 탓에 자금 마련에 불똥이 떨어졌다.





◇금리인상 대응 빅파마 구조조정에 조정기술 수출 시장 축소=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도 바이오 업계에는 심각한 악재다. 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빅파마를 대상으로 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시장 규모도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3조 3720억 원(33건)의 기술수출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1분기 6건을 기록했고 2분기 들어 4~5월에는 단 한 건에 그쳤다. 신약 후보 물질 기술이전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주요 수익원일 뿐만 아니라 기술특례 제도를 통한 상장의 필수 조건 중 하나다. 기술수출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그만큼 IPO 문턱을 통과하기가 어렵다. IPO 예정인 한 바이오 벤처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술이전 협상이 아예 깨지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나마 수요가 꾸준한 항암제는 기술이전 협상과 가격이 유지되겠지만 성공 확률이 낮은 뇌 질환과 임상이 오래 걸리는 자가 면역 질환의 신약 후보 물질 기술이전은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 심리가 얼어붙다 보니 최근에는 중대형 규모의 계약보다 초기 공동 연구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바이오젠 본사. 연합뉴스


게다가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 역시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으로 투자 여력이 줄면서 기술수출도 제값을 받기 어려워졌다. 바이오젠은 세계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의 판매를 철회하면서 1000여 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MSD도 미국 공장 직원 300명을 감원했다. 미국 바이오 벤처 브리지바이오파마는 최근 임상 실패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인력 구조 조정은 물론 핵심 파이프라인 1~2개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를 기술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과 바이오 기업의 주가 부진 등으로 인해 기술을 저렴하게 거래하고자 하는 빅파마들과 높은 가치에 기술을 이전하고자 하는 바이오 기업 간의 기싸움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가 양치기’된 바이오…떠나는 투자자=기술특례 상장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백신·치료제 개발에 기대를 걸었던 투자자들은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수십 개의 바이오 기업 중 현재까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곳은 셀트리온(06827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정도밖에 없다. 제약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상 스케줄보다 주가 그래프에 맞춰 치료제 개발 계획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었다”며 “상용화를 완료할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곳은 한정적”이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신풍제약(019170)은 코로나19 발생 전 6000원대에서 2020년 9월 21만 40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주가는 2만 7000원 안팎이다. 신풍제약은 고점에서 자사주 128만 9550주를 매각해 2000억원가량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바이오벤처에 대한 신규 투자에도 매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업종별 벤처캐피탈(VC) 신규 투자 비중은 올해 1분기 바이오·의료가 19.5%로 전년 동기 대비 8.5%포인트 축소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내내 ICT서비스, 유통·서비스 등을 제치고 1위 분야였지만 4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지고 순서도 3위로 밀려났다.





◇Why 바이오는=‘Why 바이오’ 코너는 증시에서 주목받는 바이오 기업들의 이슈를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주가나 거래량 등에서 특징을 보인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해 시장이 주목한 이유를 살펴보고, 해당 이슈에 대해 해설하고 전망합니다. 특히 해당 기업 측 의견도 충실히 반영해 중심잡힌 정보를 투자자와 제약·바이오 산업 관계자들에게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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