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계기로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려는 각국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테라USD(UST)가 1달러 가격 유지에 실패한 후 UST와 루나(LUNA)가 동반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스테이블코인의 불안정성 문제가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금융 당국은 물론 미국 재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 금융 수장들이 한목소리로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10일 UST를 직접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을 연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UST에서 코인런이 발생해 가치가 추락했다”며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곧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올해 안으로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융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기관을 은행 등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거들었다. 겐슬러 위원장은 같은 날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암호화폐거래소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3대 스테이블코인(USDT·USDC·BSUD) 모두 암호화폐거래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거래소 내 거래량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잠재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가총액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는 암호화폐거래소 비트파이넥스와 연계돼 있으며 USD코인(USDC)과 바이낸스USD(BUSD)는 각각 코인베이스 참여 컨소시엄과 바이낸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적어 이들 거래소에서 다른 암호화폐를 매매할 때 기축통화 격으로 사용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담보 자산이 없는 스테이블코인은 ‘다단계 사기’와 다름없다며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23일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20%의 수익률을 제공하기로 약속한다면 그것은 다단계”라면서 “결국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UST를 맡기면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는 테라 기반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 ‘앵커프로토콜’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테라 사태 이후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 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디파이 등 소비자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 규율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규제 동향에 맞춰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