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환율 부담 여전…'제로관세'에도 식용유값 또 오를 듯"

작년말 대두 관세 0% 됐지만
업체들 줄줄이 대두유값 올려
눈치 보기에 가정용 못올려도
업소용 대용량 추가 인상 전망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황인데, 정권 초기에 누가 선뜻 나서겠나요. 답답한 심정입니다"


정부가 식용유·밀가루 등 원료에 붙는 관세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식품 업계 내부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주요 원료 중 상당수가 관세 면제 대상(001680)인 데다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물류비와 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 때문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국내 식품 업체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물가 하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지난 달 30일 돼지고기(현행 25%)와 대두유·해바라기씨유(5%), 밀(1.8%) 등 주요 식품 원료에 붙는 관세를 연말까지 0%로 인하한다고 발표했지만 가격 인상 압박 요인 제거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평가했단 뜻이다.


최근에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진 대두유의 경우 CJ제일제당(097950)과 사조대림(003960) 등은 남미 등에서 '대두(콩)'를 수입해 국내에서 대두유(콩기름)을 짠다. 이번 '대두유' 관세 인하 조치와 사실상 관련이 없다. 국내 식용유 B2B(기업간 거래) 시장에서 두 업체의 대두유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게다가 대두는 이미 지난 해 말부터 ‘제로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CJ제일제당과 사조대림은 올 2~3월에 가정용 식용유 가격을 10~17% 가량 인상했다. 원료 가격을 제어하는 것 만으로는 가격 인상 압력을 낮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용유 값을 밀어 올리는 건 원료 뿐 아니라 물류비와 환율 영향이 상당하다"며 "정부 눈치 보기로 가정용 식용유 가격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18ℓ 업소용 가격은 지속적으로 우상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몇몇 식품 대기업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식용유 인상 폭을 결정했고, 인상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용유 뿐 아니라 밀가루 관세 인하 조치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국내 밀가루 제조 업체들도 이미 FTA를 맺는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 원맥(밀)을 공수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관세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관련 업계는 올 하반기에 한 차례 더 밀가루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대한제분과 삼양사, CJ제일제당 등은 지난해 말 가정용 밀가루 가격을 20% 가량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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