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핵심 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첨단 로켓 시스템을 제공하겠다고 5월 31일(현지 시간)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축출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러시아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화력을 증강하기 위한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이 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로켓 시스템 지원 계획을 밝혔다. 그는 “(로켓 외에도) 재블린과 대전차미사일, 스팅어 대공미사일, 강력한 야포와 정밀 로켓 시스템, 레이더, 무인항공기(UAV), Mi-17 헬리콥터와 탄약을 포함한 첨단 무기의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지원 의사를 밝힌 첨단 로켓 시스템은 사거리가 최대 80㎞인 ‘중거리 유도 다연장 로켓 시스템(GMLRS)’과 이를 탑재할 차량형 발사대인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이라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다연장 로켓 시스템은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의 파괴를 막아야 한다며 서방 진영에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던 무기다. 이번에 미국이 지원하는 GMLRS의 사거리는 64~80㎞로 곡사포 사거리의 두 배가 넘기 때문에 앞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포병 부대의 작전지역을 피해 러시아군을 정밀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정부는 다만 러시아 본토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전술 미사일 시스템(사거리 약 298㎞)의 경우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지원에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어 공격하기를 권고하거나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거나 “미국은 모스크바에서 푸틴을 몰아내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고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대한 자극을 완화하는 데 할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무기 지원이 우크라이나가 보다 유리한 지위에서 러시아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정부에 영토를 양보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이런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서방 일각에서 불거진 이른바 ‘영토 양보론’에도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이 의도적으로, 또 부지런히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또 핵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북동쪽 이바노보주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등을 포함한 10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해 핵전력 기동 훈련을 강도 높게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