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상처뿐인 승리…당권 도전 나설듯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유력
문재인 대선 재도전 모델 재현
'명분 없는 출마' 당내 반발은 변수
친문, 조기 전당대회로 견제할듯

이재명, 상처뿐인 승리…당권 도전 나설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인천 계양구 계산역 앞에서 집중 유세를 벌이고 있다. /성형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인천 계양을 후보가 신승을 거뒀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만큼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선거 기간 내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인물론’에 힘을 실어줬다. 이 후보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 장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다만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섰던 인천 등 수도권과 충청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참패하면서 이 후보를 견제하려는 당내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0시 현재 중앙선거관위위원회 개표 결과와 KEP(KBS·MBC·SBS) 공동 출구조사를 종합하면 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2010·2014년 성남시장,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했던 이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모델’을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패배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5년 당권을 장악하고 2016년 총선 공천을 주도한 뒤 대선에 재도전했던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 역시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지난 대선에서 현역 의원들이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을 보고 당권 장악의 필요성을 이 후보가 뼈저리게 깨달았다”면서 “당 대표에 도전하지 않을 거면 보궐선거에 나올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당권 도전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예상보다 강해지면 송영길 전 대표가 대신 전당대회에 뛰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재명·송영길 연대가 지난 대선에 이어 8월 전당대회에서 재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문 세력 등의 반발은 이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당내에서는 ‘상처뿐인 승리’라는 비판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충청 등 인접 지역에서 당초 기대했던 ‘이재명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이 후보의 도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연속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 후보가 반성 없이 당 대표에 도전하면 당장 지지층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 후보를 사실상 겨냥해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면서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당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꾸린 뒤 원내 지도부가 약 한 달만 당 지도부를 겸하는 방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이 큰 이 후보가 6월 말 전당대회에 또다시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전당대회 레이스는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물리적으로 일정을 앞당기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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