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높던 유승민 대신 '尹心' 김은혜 선택…민심 외면 불렀다

[6·1 민심-단체장 12곳 휩쓴 與, 경기 놓친 3가지 이유는]
김은혜 재산 축소 신고·채용청탁 논란 등에 위화감 조성
강용석 표 15%만 가져왔어도 승리…단일화 실패도 한몫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2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선거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수원=경기공동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호남·제주 외에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면서도 경기지사를 놓친 데 대한 당내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0.15%포인트 차의 패배라는 점에서 왜 이렇게 됐는지, 다른 시도를 했으면 경기도지사 탈환도 충분하지 않았는지 등의 자문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패인으로 ‘윤심(尹心)’에 밀린 유승민 후보, 김은혜 후보 삶의 위화감, 강용석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방치 등이 거론된다.


①민심 지지 유승민 대신 윤심 김은혜=김은혜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유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물리쳤다. 유 후보가 일반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김은혜 후보가 당원 투표에서 크게 이겼기 때문이다.


이는 김 후보가 ‘대장동 투사’로서 높은 인지도를 가졌으나 윤심 후광효과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대선 당시 선대본부 공보단장을 맡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당선인 대변인으로 활약하다 경기지사 경선에 전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김 후보의 승리가 결과적으로 민심을 거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심의 지지가 높았던 유 후보가 중도 확장성도 가진 인사이기 때문이다. 또 이후 상대가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동연 후보로 낙점된 만큼 자타 공인 경제 전문가인 유 후보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유 후보는 김은혜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리서치가 JTBC 의뢰로 지난 4월 15~17일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김은혜·김동연 후보의 양자 대결 시 41.2%, 43%로 김동연 후보가 앞섰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양자 대결에서 41.3%의 지지로 김동연 후보(39.3%)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국민의힘은 김은혜 후보 선거운동 과정에서 윤심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음에도 당선에 실패했다. 마지막 유세에서도 “윤 대통령이 가장 믿고 아끼는 후보(권성동 원내대표)” “윤핵관 중 최고 윤핵관(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의 발언이 나왔다. 집권 여당의 윤심 후보를 적극 내세웠음에도 결국 투표장에 나온 경기도민 과반의 선택도 받지 못한 것이다.


②화려한 이력·집안이 발목 잡았나=김은혜 후보가 노력으로 일군 화려한 이력과 집안이 되레 발목을 잡은 것 아니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후보는 MBC 기자 시절 악바리 근성으로 승승장구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고 KT 전무에 오르기도 했다. 남편은 기자 시절 지인의 소개로 만난 유형동 변호사다.


그러나 김은혜 후보의 삶의 행적에서 악재가 불거지고 말았다. 시댁 재산인 건물·증권 가액을 축소 신고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KT에 채용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후보의 삶과 논란이 서울에 비해 서민들이 많은 경기도에서 위화감을 조성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후보와 비교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범접하기에 어려운 스타일의 인사”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국민의힘 지지층 이탈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경기지사 선거는 최대 격전지로 여겨졌음에도 투표율이 50.6%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투표율이 유권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김은혜 후보 쪽에서 원인과 이유를 찾는 것이 맞다”며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도 일부가 투표하러 나오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③강용석 단일화 실패…전략적 미스도 한몫=국민의힘이 강경 보수인 강 후보와의 단일화를 사실상 방치한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후보에게 8081표(0.14%) 뒤졌는데 강 후보는 5만 4667표(0.95%)를 얻었다. 단순 계산하면 김은혜 후보가 강 후보 표의 15%만 가져왔어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라디오(YTN)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보면 강 후보와 단일화를 이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김은혜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단일화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또 강 후보와 악연이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강 후보와의 단일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물론 강 후보와 단일화했어도 중도 표가 떨어져 나가는 등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을 수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라디오(CBS)에 출연해 “인위적인 정치 공학으로 접근하게 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보수 정당으로서 단일화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 소장은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담판을 지어 단일화 이슈를 해소했다”며 “그런데 ‘윤심 아바타’라는 이야기를 듣는 김은혜 후보는 왜 단일화 이슈를 해결하지 못했느냐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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