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금세 여름이 찾아온 것처럼 더워졌다. 사계절을 뽐내던 우리나라도 점점 여름과 겨울, 두 계절만 남게 되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이것만 봐도 더 이상 기후변화는 북극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들 역시 매한가지인데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예상치 못한 손해나 비용이 발생하면서 기업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 중립 선언과 탄소세 도입으로 머지않아 철강·정유 등 전통적 제조 업체들은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처지에 직면해 있다. 또 보험사들은 기후변화로 홍수나 가뭄·태풍·폭염 등이 빈번해지면서 지급 보험금 규모가 증가하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기후 리스크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면 파산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환경(E)과 관련한 글로벌 공시 기준이 강화되는 것도 궤를 같이한다. 투자 대상 기업의 기후변화 리스크를 적절히 평가하지 못하면 보유한 자산이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험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위험,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의 대응 전략과 위험관리 등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 기후변화 리스크 익스포저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만 한다. 투자자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보 공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기업들은 탄소 감축에 힘써 리스크를 완화시키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기업이 자사의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했다. 특히 탄소 배출량 공시 범위를 직접적인 제품 생산부터 협력 업체와 물류 시스템, 제품 폐기 등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의미하는 Scope3까지 모두 공시할 것을 제안한 점이 눈에 띈다. 이 공시 기준이 글로벌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상장 기업들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Scope3까지 범주를 확장해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수립할 경우 국내 기업들 역시 온실가스 저감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관련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공시하는 것 또한 요구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비가 부족한 일부 국내 기업들은 향후 상당한 재무적·기술적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도 도태될 것이 자명하다.



기후변화라는 실재하는 위협 속에서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는다. 우리는 현재 직면한 기후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기후 공시 확대 추세에 발맞춰 기업들은 관련 정보를 충실하게 공개하자. 이제 기후변화 위기는 인류의 생존뿐만 아니라 기업과 금융 모두에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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