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과정에서 차기 대권 주자들의 명운이 갈렸다. 오세훈·안철수·홍준표 등 국민의힘 잠룡 3인방은 모두 선거에서 승리하며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단숨에 유력한 대권 주자로 올라선 반면 이재명 상임고문과 송영길 전 대표는 선거 대패에 대한 책임론으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최초의 4선 서울시장’ 고지에 오르며 여권 내 대권 주자 중 가장 안정적인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서울 전 지역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공적을 톡톡히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 당선인은 과반을 수복한 서울시의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서울 시정에서 성과를 만들어 전국적인 인기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에서 ‘하방’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지역 정치를 기반으로 대권 삼수를 준비할 동력을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밀려 패퇴한 그는 지역 정치를 통해 재기를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경남지사 시절 ‘이슈 메이커’로 전국적 인지도를 쌓았던 것처럼 강성 보수 정책이나 정부와 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파란을 일으키는 행보가 예상된다.
3선 배지를 달고 5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안철수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김병관 민주당 후보를 2배 가까이 많은 표로 이기면서 저력을 입증했다. 단일화 지분인 윤 대통령과의 공동정부 약속도 유효한 상태다. 당내 스킨십을 넓혀 당권을 잡은 뒤 대권으로 나아갈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에서는 김 당선인이 열세 전망을 깨고 선거에서 승리하며 단숨에 유력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당선인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써내며 유일하게 민주당에 위안을 줬다. 국민의힘의 ‘빨간 바람’ 앞에서 경기를 사수한 데서 선거운동 공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의 쇄신 변화 등을 약속했음을 감안하면 향후 당 개혁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이 상임고문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선대위 총사령탑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지만 민주당이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임고문은 올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 도전으로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데 당내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상임고문이 앞으로 국회에서 ‘정권 견제’와 관련해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입증하는지가 향후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 전 대표 역시 오 시장에게 큰 격차로 패하면서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 전 대표는 ‘중량감 있는 후보론’을 내세워 연고도 없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만큼 오롯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586 용퇴론’을 주장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운신의 폭도 넓지 않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차기 대선은 지방단체장의 전성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동연·홍준표 등 대권 본선까지 갔던 유력 주자가 많아 과거 어느 때보다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