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시장을 노렸던 편의점 치킨이 물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아 잇따라 가격이 인상됐다. 그동안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한 마리 당 2만원을 웃돌자 ‘가성비’를 내세운 편의점 치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재료 값이 오르면서 편의점 치킨도 가격 인상 대열에 결국 합류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지난 1일 치킨 3종 마일드 넓적다리·매콤넓적다리·마일드롱다리 가격을 22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했다. CU 역시 지난 달에 한 차례 튀김류 가격을 평균 10% 올린 데 이어 지난 1일부터 통살닭다리꼬치소이를 2000원에서 2200원으로 올렸다. GS25는 조각 치킨류 가격을 각각 200~300원씩 인상하고, 한마리치킨 가격을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편의점이 잇따라 치킨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원부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결과다. 튀김에 사용되는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식용유 가격은 평균 20%가 올랐고,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일부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제 밀 가격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20% 이상 상승했다. 1월 평균 톤당 284달러였던 밀 가격은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96달러에서 5월 469달러까지 비싸졌다.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이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편의점은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CU관계자는 “추가 인상 여부는 미정이지만, 현재 원재료 납품가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추후 거래처의 가격 인상 요청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의 치킨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상승세를 보였다. 교촌, bhc, 제너시스 BBQ 등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가 연쇄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가성비’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맥주와 다른 상품들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는 ‘올 인 원’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치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 늘었고, CU와 GS는 전월 대비 29%, 17.2%씩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홈술족이 늘어남에 따라 편의점은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다양한 구성의 상품과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도 “인도마저 밀 수출을 금지하며 식자재 대란이 발생,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