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책걸상 바꾸고 '1인 1노트북'…예산 빨리 썼다고 또 포상금

■요지경 교육교부금 사용 백태
'교육 기본소득' 명목 현금 지급에
수학여행 경비 지원 등 선심성 남발
돈 넘쳐 지방교육청 방만 운영 반복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올 4월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사업 추진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방만한 운영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지만 최근에는 교육 현장의 ‘퍼주기식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돈이 남아돌아 없는 신규 사업을 만드는가 하면 6·1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교육감 후보자들이 교육의 미래를 위한 정책 대결보다는 당장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쏟아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부금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 선심성 정책에 대한 감시 강화는 물론 교육교부금을 고등교육 부문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편 논의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교육교부금 예산은 81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 여파로 매년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21조 원가량이 늘었다. 교육교부금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지만 시도 교육청의 방만 운영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예산을 조기 집행한 초·중·고 291개교를 ‘학교회계집행우수교’로 지정해 총 48억 원의 포상금을 뿌렸다. 예산이 남아돌다 보니 예산을 빨리 집행한 학교에 낭비성 포상금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해는 전국 곳곳의 교육청들이 보육·교육재난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5만~30만 원씩 현금을 뿌리는가 하면 울산·경북교육청 등은 올해부터 학생들의 수학여행 경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예산 소진을 위해 멀쩡한 책걸상이나 업무용 PC 등 비품을 쓸데없이 갈아치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도 교육감들 역시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하는 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학생 개개인에게 태블릿PC 등을 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용 스마트 기기 보급’ 공약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미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감 선거를 코앞에 둔 올 3월부터 매년 600억 원을 들여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태블릿 PC 1대씩을 보급하기로 하면서 선심 정책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너도나도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다.


경기 지역의 직선제 첫 보수 교육감에 오른 임태희 당선인은 ‘1인 1스마트기기 개인 소유 지급’을 5대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도성훈 인천교육감 당선인은 중학교 신입생을 넘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1인 1노트북’을 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정선 광주교육감 당선인은 중·고교생에게 교육용 태블릿PC를 보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노옥희 울산교육감 당선인 역시 학습용 스마트 기기를 학생들에게 1대씩 보급하겠다고 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 당선인도 학생들에게 개인 스마트 기기를, 김광수 제주교육감 당선인도 중학생들에게 입학 기념 노트북을 주겠다고 밝혔다.


다른 교육 경비를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수두룩하다. 김대중 전남교육감 당선인은 지역 소멸 대응을 이유로 학생 1인당 월 20만 원(연 240만 원)의 ‘전남교육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정선 당선인은 학생 1인당 연 최대 100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꿈드리미’ 정책과 함께 초등 방과후 학교와 유치원 급식도 무상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인은 유치원과 초·중·고교 입학 준비금 등 기본 경비 지급, 최교진 세종교육감 당선인은 교육 복지 지원을 ‘완전 무상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약을 내걸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