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로 기술수출 대박을 터뜨린 유한양행(000100)이 이화여대, 신시내티대학과 손잡고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든다.

유한양행은 mRNA와 LNP(지질나노입자)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이화여대 이혁진 교수 연구팀 및 미국 신시내티 대학 이주엽 교수 연구팀과 각각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전령 RNA라고도 불리는 mRNA는 세포 내 유전자(DNA)에 저장되어있는 유전정보가 단백질 형태로 발현될 때 거치는 중간 과정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mRNA는 세포 배양을 통한 생산 과정이 없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짧다는 장점을 갖췄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 모더나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신속한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특성 덕분이다. 백신 뿐 아니라 암 및 면역 관련 치료제, 유전자가위 기술 등 다양한 질병 치료 영역으로 확장 가능한 혁신 의약품 개발 플랫폼으로 주목 받고 있다.

문제는 mRNA가 주변 온도, 수소이온농도지수(pH)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하고 체내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등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안정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mRNA 약물을 체내 필요한 조직으로 안전하게 운반할 LNP 원천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유한양행이 이화여대, 신시내티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배경도 이 같은 개발 장벽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맞닿아 있다.

이번에 협력관계를 구축한 이혁진 교수는 2013년 이화여대에 합류하기 전까지 모더나 초기 창립 멤버이자 나노과학 1인자로 알려진 로버트 랭거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밟았다. 당시 약물 전달시스템과 유전자 치료제, 핵산 나노기술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유한양행 입장에서는 국내 연구자인 이혁진 교수와 손잡으며 mRNA 백신 기술로 전 세계를 선도하는 모더나의 R&D 노하우를 이식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혁진 교수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mRNA 약물 개발의 핵심인 LNP 국산화에 성공하며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매월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를 내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이혁진 교수는 mRNA 약물을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변 수소이온농도(pH) 환경에 따라 이온화 상태가 변화하는 이온화 물질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mRNA 약물을 안전하게 포장해 세포 내로 전달하는 LNP를 개발하며 국산화와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유한양행은 이혁진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체내 안정성과 타깃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mRNA 원천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신시내티 대학 이주엽 교수팀과는 표적조직에 대한 mRNA의 전달력을 높이는 새로운 LNP 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양 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새로운 RNA 구조체와 LNP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유한양행은 신약 R&D 과정에서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산 31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렉라자'는 국내 벤처기업 오스코텍(039200)과 함께 후보물질을 발굴해 글로벌 기술수출과 상업화 성과로 이어졌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후보물질에도 국내 바이오기업 제넥신(095700)의 약효지속 기술(HyFc)을 접목하며 가치를 높였다.

오세웅 유한양행 연구소장은 “이화여대, 신시내티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mRNA 및 LNP 연구 협력은 유한양행의 플랫폼 기술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최적의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해 전임상, 임상시험 및 글로벌 사업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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