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을 주일 대사,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를 주중 대사, 장호진 한국해양대 석좌교수를 주러 대사로 각각 임명했다. 앞서 외교관 출신인 조태용 전 국민의힘 의원을 주미 대사로 임명한 데 이어 한반도 주변 4강 대사 인선을 마무리한 것이다. 새 정부의 초대 4강 주재 대사에는 외교관 출신 혹은 전문 학자가 기용됐는데 그간 정치인 혹은 대통령 측근을 중용했던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가 뚜렷해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임명한 한반도 주변 3강 대사는 모두 외교정책 전문가라는 점이 특징이다. 윤덕민 주일 대사 내정자는 외교안보연구원에서 20년간 교수로 재직하다 박근혜 정부 때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학자 출신이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 한일 정책협의대표단원으로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재호 주중 대사 내정자 역시 서울대 중국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중국통으로 평가받는다. 장호진 주러 대사 내정자는 외교부 북미국장과 대통령 외교비서관을 지낸 외교관 출신이다. 이보다 앞서 주미 대사로 임명된 조 전 의원 역시 외교부 차관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주유엔 대사로 직업 외교관인 황준국 전 주영 대사를 함께 임명했다.
새 정부의 첫 주변 4강 주재 대사를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초기와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일중러 등 4강 대사직을 ‘특임대사’로 규정해 정치인 또는 대통령 측근을 중용했다. 초기 주중 대사와 주러 대사에 각각 노영민·우윤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고 이후에도 장하성 고려대 교수(주중 대사),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주일 대사) 등 정치인과 청와대 출신을 대사로 활용했다.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 달리 4강 대사를 외교관 출신이나 학자로 채운 것은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주변 4강 외교의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이 신남방·신북방 등 외교 다변화 정책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4강 외교가 부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해당 국가의 전문가를 중용해 외교의 무게 추를 다시 돌리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인사와 관련해 “전문가들을 발탁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태용 신임 주미대사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받아 이번주 출국할 예정이다. 조 대사는 신임 대사로 내정된 지 2주만에 미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이수혁 현 주미대사의 경우 아그레망을 받는 데 2달가량 소요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