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연금개혁 등 손도 못댄다

복지부장관 한달째 공백
코로나 로드맵 수행 탄력 못받고
尹 강조 연금개혁 시작도 못했는데
김승희 후보자 청문회 계속 미뤄져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방역 컨트롤 타워’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이다. 차관이 비상 근무 체계에 돌입했지만 과학방역과 연금개혁이라는 중요 과제를 실행하기에는 ‘수장’의 빈자리가 크다. 실제 올 여름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부 방역 정책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복지부 장관이 일선에서 연금개혁을 이끌지 못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첫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연금개혁은 시동도 못 걸고 있는 모습이다.


8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오미크론 유행 이후 방역 대책 수립을 위한 과학적 근거 자료 확보를 위해 대규모 항체 양성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 초중순 검체 채취 및 분석이 완료되면 결과는 6월 말 또는 7월 초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항체 양성률 조사가 늦다는 지적에 대해 “시급성에 공감하며 좀 더 일찍 시행됐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출범 때부터 강조했던 과학방역이 속도감 있게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처 간 업무 조율이 최종적으로 이뤄지는 국무회의에도 차관이 참석하다 보니 역할이 제한적이다. 차관은 국무위원인 장관이 출석하지 못할 때 대신 출석해 발언도 할 수 있지만 표결을 하지는 못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장관도 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든 국무회의에서 차관이 소신 발언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차관의 경우 혼나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복지부 인사가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장관이 본인이 생각하는 주요 과제에 핵심 인사를 배치하는 실국장 인사를 빨리 단행해야 업무가 힘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실국장이 업무를 강하게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는 이기일 전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복지부 2차관, 박민수 기획조정실장이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들 실장이 공석이다.


게다가 김승희(사진)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정치자금 유용 의혹 등 다양한 의혹도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 탓에 인사청문회는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안에 청문을 마쳐야 한다. 김 후보자 인사 청문 요청안은 기한은 19일까지다. 재송부 기한은 10일 이내로, 대통령이 정할 수 있다. 그 기한 이내 국회가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청문회가 열리지 않아도 복지부 장관 임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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