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살인 '데이트폭력' 발언…이재명 "명예훼손 아냐"

"사려 깊지 못한 표현 사과"…손해배상 책임은 인정 안해
유가족 "형식적 사과, 진정성 인정 못해…직접 사과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카의 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의원의 소송대리인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에 이 같은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이 의원 측은 서면에서 "사려 깊지 못한 표현에 대해 원고(유족)에게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사건을 축약적으로 지칭하다 보니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됐고, 이 표현은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사실 혹은 허위사실을 담고 있지 않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의원 측은 "언론에서도 살인사건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이 의원의 표현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유족들은 "대리인을 통한 형식적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 의원이 '인권 변호사'로 불리는 것이 고통스럽다며 유족에게 직접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 의원의 조카 김모 씨는 2006년 5월 자신과 사귀던 A씨의 서울 강동구 자택에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와 어머니를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아버지는 김씨를 피해 5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김씨는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 의원은 김씨의 형사재판 1·2심에서 김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변호했다. 대선 당시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일자 이 의원은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아버지는 이 의원이 살인 범행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표현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9일 오후 이 사건의 첫 변론 기일을 열고 양측 주장을 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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