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조합 내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가 현 조합 집행부에 대한 해임 절차를 개시한다. 그동안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간 갈등 및 사업 정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다.
9일 다수의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정상위) 관계자에 따르면 둔촌주공 정상위는 지난 8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위원회 회의 결과 조합장 사임 요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곧바로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며 “전체 조합원 10분의 1의 해임발의를 통해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과반 참석과 참석 조합원의 과반 의결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사중단 사태에서도 조합은 조합원의 부담만 가중되는 실익없는 무리한 마감재 변경, 단지 특화 등을 요구하고 불필요한 분쟁으로 공사중단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으므로 현 조합 집행부의 무능과 도덕성에 대한 책임 물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박완철 둔촌주공 정상위 대표는 9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추진해왔던 현 조합 집행부 해임 절차를 어제(8일) 회의를 통해 본격 개시하기로 결정했다”며 “해임 총회 동의서 징구를 위해 각 조합원에게 빠른 시일 내에 우편물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 관련 법규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조합장 및 조합 이사 등의 조합 임원은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해임 총회를 열어 해임시킬 수 있다. 해임을 위해서는 총회에 조합원 과반수가 출석해야 하고, 출석 인원의 과반수가 해임안에 동의해야 한다. 박 대표는 “우선 해임 총회 개최를 위한 10% 동의를 확보한 뒤 해임 총회는 국토교통부·서울시·강동구청 합동 점검 등의 결과를 봐 소집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 조합 집행부에 대한 해임 총회가 열리더라도 해임안 가결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16일 개최된 둔촌주공 정기총회에는 총 6151명의 조합원 가운데 4822명(78.4%)이 서면 결의 등을 통해 참석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현 조합 집행부가 추진한 ‘2019년 총회 의결 취소’ 안건에 대해 4558장의 찬성표가 나왔다. 현 조합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총 가구 수 1만 2032가구에 일반분양 가구 수만 4786가구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지난해 말부터 현 조합과 시공단이 갈등을 빚으며 4월 15일 공사가 중단됐다. 그동안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고 국토부·서울시·강동구청이 합동 점검을 실시하는 등 갈등을 해결하려는 각계각층의 노력이 있었지만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서울시가 양측에 제시한 중재안(초안)을 조합이 이달 2일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극적 협상 타결에 대한 불씨를 살렸다. 이후 시공단이 공사 중단 작업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크레인 해체를 지난 7일 잠정 연기하면서 사업 정상화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