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 당국이 주식거래 중개 플랫폼인 ‘로빈후드’식 운영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로빈후드가 ‘수수료 무료’를 앞세워 개인 투자자의 거래 주문을 싹쓸이하는 독점을 막겠다는 취지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날 한 주식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해 “올 가을쯤 소매 투자자로부터 거래 주문을 받을 때 경매 방식을 도입하도록 주식 중개업체에 요구할 예정”이라며 “SEC 내부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거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겐슬러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미국에서 개인 주식투자 ‘광풍’을 몰고 온 로빈후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로빈후드는 개인 투자자의 주식 거래 주문을 한데 모아 증권사에 연결해 준다. 이 과정에서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지만, 한편으로 로빈후드가 주식 거래 중개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끊이지 않았다.
로빈후드를 통해 고객과 거래하는 증권사들은 매수·매도 호가를 공개하지 않아 ‘거래 투명성’을 해친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 거래 정보를 증권사에 판매해 수익을 챙기는 ‘투자자 주식 정보 판매(PFOF)’ 영업 방식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SEC는 개인 투자자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주식 거래가 이뤄지도록 중개업체끼리 경쟁하는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지금의 수수료 인하 경쟁 방식으로는 개인 투자자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한 월가의 반응은 엇갈린다. 증권 분야 소비자 단체인 베터 마켓의 데니스 켈러 대표는 “금융사들이 반경쟁적 행태로 막대한 돈을 버는 관행을 깰 때가 됐다”며 SEC를 지지했다. 반면 케네스 벤슨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 회장은 “시장 구조를 갑자기 바꾸면 소비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