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19개국의 통합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이 현재 0%인 기준금리를 7월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2011년 이후 약 11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에 돌입하는 가운데 ECB도 그 흐름에 동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 시간) ECB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2011년 11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당시 1.5%던 ECB의 기준금리는 지속적인 인하 끝에 2016년 3월 이후 0%를 유지하고 있다. 나아가 ECB는 9월에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하되 중기 물가상승률 추이에 따라 인상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부터 채권 매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단연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 때문이다. ECB는 성명을 통해 “높은 인플레이션은 우리 모두에게 중대한 과제”라며 “물가상승률이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로 돌아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5월 현재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8.1%로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 ECB는 올해 유로존의 성장률이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3월 회의의 3.7% 성장 예측에서 세 달 만에 0.9%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 등으로 인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전쟁의 여파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잇따르며 각국에선 이미 기준금리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3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5월에는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22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었다. 영국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FT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전 세계 최소 55개국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리적·경제적 연관성이 높은 탓에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경제가 둔화될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다”며 “그럼에도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만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