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가 내년 봄 출시할 예정이던 스마트워치 개발을 돌연 중단했다. 2개의 카메라와 탈부착 본체 등 기존 스마트워치와 차별화된 컨셉으로 2년 가까이 개발을 진행한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긴축 경영에 돌입한 메타가 투자금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에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사업을 관장하는 '리얼리티 랩스'가 암호명 '밀란'으로 추진했던 스마트워치 개발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해당 제품은 당초 내년 봄 출시가 예정돼 있었다. 가격은 349달러(약 43만7000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밀란 스마트워치는 운동 측정, 메시지, 음악 재생 등 기존 스마트워치 제품의 기능들을 갖추면서도 애플워치와 달리 본체 전후면에 카메라가 2대 장착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자사 소셜미디어(SNS)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앞뒤로 카메라가 달린 디스플레이와 손목 고무줄을 조절할 수 있는 디자인이 공개되자 “페이스북 목욕탕 에디션” “찜질방 열쇠 아닌가”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메타는 해당 디자인의 특허도 출원했다.
하지만 이 카메라가 메타의 스마트워치 개발을 발목잡게 됐다. 블룸버그는 이번 프로젝트의 중단 이유 중 하나로 카메라가 손목 신경 신호를 디지털 명령으로 전환하는 기능(근전도·EMG)에 영향을 준 점을 꼽았다.
앞서 제품의 컨셉이 공개됐을 당시 손목에 노출된 카메라가 사생활 침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이를 고려해 스마트워치에 카메라를 탑재하기 않았다.
메타는 증강현실(AR) 안경 프로젝트도 중단했다.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메타는 현재 개발 중인 증강현실(AR) 안경인 ‘AR글래스’ 상용화를 진행하는 대신 차세대 버전의 AR글래스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메타의 AR 글래스가 실제 시장에 출시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다만 메타가 손목에 착용하는 다른 웨어러블 기기들의 개발은 이어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메타버스(Metaverse) 환경에 최적화된 기기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아바타를 조작하는 컨트롤러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메타는 올 초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당신의 행동을 손목에 있는 디지털 신호로 해석하고 이를 디바이스에 디지털 명령으로 번역해내는 일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공개한 바 있다.
한편 구글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스마트위치 시장에 올 가을 도전장을 내민다. 구글은 지난달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픽셀워치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픽셀워치는 원형 디자인에 돔형 유리를 씌운 것이 특징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 전용 운영체제(OS) '웨어 OS'를 탑재했다. 구글 맵,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월렛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웨어러블 업체 ‘핏빗’의 피트니스 기능, 이용자 활동 추적 기능도 도입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