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견제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대통령령 등 시행령 개정으로 입법부를 우회해 국정을 운영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이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반 국정과제 대부분을 ‘시행령 정치’를 통해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해왔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야당과의 협치가 더욱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민주당에 따르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대통령령(시행령), 총리령·부령(시행규칙)의 수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 사임위원회는 상위 법령의 취지 또는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시행령에 대해 소관 행정기관에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각 행정기관은 요청사항을 처리한 뒤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현행법은 상위 법령의 취지에서 벗어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이의를 제기하면 소관 행정기관이 조치 계획을 보고하는 정도로 규정돼있어 버티기가 가능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회의 요구에 따라 시행령을 수정해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되면 큰 이견 없이 당 중점 법안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이 추진된 것은 지난 7일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이 설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공직 후보자 정보수집·관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그동안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이 담당해오던 인사 사무를 법무부에 이관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넘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조직법과 국가공무원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었지만 야당의 반대가 확실시되자 우회로를 택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15년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추진했던 법안과 유사한 내용이다. 유 전 의원은 야당이 반대하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야당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을 함께 묶어 처리하려 했다. 법안은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넘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포되지 못했다. 유 전 의원은 이 일로 원내대표직을 사퇴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