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만 5번 언급…백경란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하신 분"[코로나TMI]

■"정은경 전 청장 후임으로서 책임 막중해"
질병청 "정은경 배출한 것에 자부심 느낀다"
백경란 질병청장도 정은경 5번 언급하기도
"우리나라 진단·역학조사 능력 크게 확충돼"
입국금지 입장변화 없어 "필요하다면 해야"

이임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7일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질병관리청 대변인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님은 굉장히 훌륭하신 분이셨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셔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셨구요. 정 전 청장님이 질병관리청장직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도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이유도 아닌 질병청 사람들이 모두 존경하고 존중할 수 있었던 분이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퇴임을 하실 때도 아쉬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간 너무 고생하셨기 때문에 다들 축하해드리는 자리였습니다.”


10일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정 전 청장은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재직중이던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자 2020년 9월 12일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5월 17일까지 질병관리청장과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역임하며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방역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재임 당시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신설되며 일각에선 “질병관리청장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았으나 질병청 내부에서 정 전 청장은 존경 받았던 인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질병청 내부에선 정은경 청장이라는 공직자를 배출한 기관으로 큰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5월 18일 취임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도 정 전 청장에 대한 존경의 의사를 내비쳤다. 백 청장은 특히 전날 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을 포함해 정 전 청장을 총 5번 언급하기도 했다. 백 청장이 정 전 청장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하자 출입기자단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백 청장은 지난 문재인 전 정부 당시 방역 정책에 대해 “외국인까지 치료해줄 만큼 일선의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며 “다른 나라도 한국인을 막는 만큼 우리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어떤 맥락에서 정 전 청장 언급했나.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사 브리핑룸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질병관리청 대변인실

백 청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세 번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두 번 언급하며 정 전 청장을 총 다섯 번 언급했다. 백 청장은 가장 먼저 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하며 전 정부와 함께 방역 정책을 고민했다고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백 청장은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이던 정은경 전 청장님과 함께 코로나 대응을 시작했다”며 “감염병 학자이자 현장 의료인으로 가졌었던 위기극복에 대한 소명의식을 여전히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행정 역량이 부족하단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청장의 후임으로 느끼는 부담감과 존경도 표했다. 백 청장은 “정 전 청장께서 신종 감염병 불확실성 속에서도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그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청장 후임이라서 제 자리가 많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질병청 조직원의 역량과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질병청장 사명을 잘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청장에 대한 존경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백 청장은 ‘전임청장 체계에서 계승할 것과 보완할 것은 무엇이냐’는 질의에 “신종 감염병 위기라는 것이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정보와 근거도 모두 제한적”이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여러 근거를 종합적으로 모아 과학적 판단을 했던 정 전 청장의 노고가 컸다는 말씀을 재차 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위기 상황 극복 역량과 진단 역량·역학조사 능력이 확충됐다”며 “국민 신뢰와 협조를 많이 얻어냈다고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국민 신뢰와 협조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백 청장, 문 정부 방역 정책 비판했는데…그에 대한 입장도 밝혀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5월 18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질병관리청 대변인실

이날 기자단 간담회에선 백 전 청장이 과거 문재인 전 정부의 방역 정책 기조를 비판한 것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백 청장은 이와 관련 “밖에 있을 때 쓴소리를 했던 부분은 부처 산하 자문위원회에서 의견 개진을 하는데 그런 의견이 잘 개진되지 않을 때 압박을 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질병청장으로서는 “지금은 보다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는 있지만 그렇다고 혼자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여러 과정과 절차를 거쳐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인사이던 당시엔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다 숙의의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초기에 SNS를통해 외국인 입국 금지 주장에 대해선 변함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백 청장은 “질환 특성도 전파 경로도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가 급격히 발생하게 되면 대비하고 치료할 의료대응 체계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모든 감염병은 차단이 우선이고 입국자가 많이 들어올 수 있다면 입국 차단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단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분은 결국 들어온다고 주장하는데, 언젠가 들어올 거라는 것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더 늦게 들어오게 함으로서 들어오는 사람에 대한 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상황에 대해선 입국자 차단은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 청장은 “지금은 의료 대응체계 많이 확충했고 환자 증가에 대해도 대비가 돼 있다”며 “팬데믹 초반하고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향후 발생할 재유행에 대해서는 “신종 변이가 발생하고 해외 유행 양상이 안 좋다면 부분적으로 입국 제한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