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차 지정했다.
미국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12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독일, 이탈리아,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대만, 베트남, 멕시코 등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날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 정부는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주요 무역 대상국들이 주의 깊은 정책 수단을 사용하기를 강력 권고한다"고 했다.
재무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달라진 환율 정책 평가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재무부는 당초 무역촉진법에 따라 △지난 1년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6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 등 3개 항목 중 2개에 해당하는 나라는 관찰대상국, 3개를 충족하는 국가는 심층분석국으로 분류해왔다. 그러나 직전 보고서부터는 무역흑자 기준을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를 포함해 150억 달러로 조정했다. 경상수지 흑자도 GDP의 3% 혹은 경상흑자 갭이 GDP의 1%인 경우로 바꿨으며 외환시장 개입도 12개월 중 8개월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220억달러)와 경상수지 흑자(GDP의 4.9%)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에 올랐다. 한국은 지난 2016년 4월 이후 2019년 상반기를 빼고 매번 대상국에 포함됐다. 재무부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원화 가치가 꾸준히 떨어져 달러 대비 8.6% 약세를 보였으며 올해 4월 말까지 추가로 5.4% 더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화 약세 요인은 상품 가격 상승에 따른 한국의 상품수지 조정, 세계적인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에 기인한 상당한 규모의 자본 유출이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한국은 잘 발달한 제도와 시장을 갖추고 있다"며 "통화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국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미국 재무부는 지난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외환시장 개입 요건을 판단할 때 미국 추정치 대신 한국이 공시하는 외환당국 순거래 내역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19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가 2020년 1월 해제한 이후 관찰대상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해서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금리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