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한미일의 삼각 안보공조를 한층 결속시키고 있다. 군사위협을 높이면 한미 및 미일동맹이 약화될 것이라고 믿는 김정은 정권이 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1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방문 중인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3자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다. 세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정세, 3자 안보협력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안보 도전 대응에 대해 논의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세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달성한다는 3국 공동의 노력을 위해 한미일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전면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세 장관은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 억제·방지와 궁극적인 근절을 목표로 하는 지속적인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모든 관련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국제적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국제사회 공통의 목표라는 점에 공감했다.
세 장관은 국제평화와 안정을 심각히 위협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우려를 공유했다. 이에 따라 조율된 3자 협력을 통해 이러한 우려들을 다뤄나가기로 했다. 특히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3국이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식별하여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층 더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세 장관은 북한의 거듭된 불법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였으며, 북한의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다수의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임을 확인했다. 이들은 역내 국가 간 국방 관련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하며, 이러한 노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역량을 통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고한 동맹공약을 재확인했다. 한국과 일본은 공동의 안보 목표를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양국 관계 및 3국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3국 장관은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여타 역내 안보 현안들도 논의됐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증진을 위한 핵심 현안에 대해 정보공유,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을 포함하여 3국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세 장관은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현 상태를 변경하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함을 표명했다. 특히 세 장관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돈과 군사력을 앞세워 역내 국가들을 포섭하거나 위협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제법 등의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약화하는 것에 대해 한미일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세 장관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고, 항해와 비행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 장관은 모든 분쟁이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회담 종료후 "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서로 공감했다"며 "협력 의지를 서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포괄적 수준에서 논의했다”며 “미사일 경보훈련이나 탄도탄 추적·감시(훈련)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미일 미사일경보훈련은 분기별로 시행돼 왔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8년부터는 훈련 여부를 비공개로 해왔다. 북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 특유의 대북정책노선 때문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후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이 만나 미사일 경보훈련 등 3국 군사훈련 논의를 공식화한 것은 북한발 안보위협을 계기로 한미 및 미일의 3각 동맹 차원에서 안보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국방 장관이 한데 모인 것은 지난 2019년 11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