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출하량 90% 급감…포스코 "물류 막혀 13일부터 냉연·선재 생산 중단"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산업물류 ‘동맥경화’ 현실화]
철강사 매일 7만 5000톤 쌓여
적재 공간 모자라 도로에 야적
한국타이어 일 출하량 70% 뚝
'적시공급' 막혀 車 업계 올스톱
주요 항만 컨테이너 '포화' 속
집회 참여율은 33%서 27%로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겨지지 못한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임시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12일 포스코의 포항·광양제철소에는 전국 각 산업 현장에 있어야 할 21만 톤 규모의 철강 제품이 제철소 내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화물연대가 제철소 출입구를 틀어막고 있어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는 매일 각각 2만 톤, 1만 5000톤가량의 제품을 이제 적재 공간이 없어 도로에 야적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13일부터 냉연·선재 제품 공장의 가동이 중단할 예정이며 이후 열연·후판 공장 가동이 중단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고로 가동 중단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고로 중단은 제철소 폐쇄를 의미한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서 산업 각계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화물연대가 전략적으로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기초 소재 분야를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자동차·조선·건설 등 산업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연대 조합원 참여율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27%로 집계됐다. 화물연대 전체 조합원(2만 2000여 명 추정)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5860여 명이 전국 14개 지역에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율은 전날 오전 기준 7350여 명(33%)에 비해 1500명 가까이 줄었다.


현재 석유화학단지는 ‘올스톱’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일 평균 출하량이 당초 7만 4000톤이었는데 파업으로 90% 떨어진 7400톤 규모로 추락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석유화학단지 주요 길목을 막아놓아 제품이 전국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소·탄산가스 공급 중단이 이어지면서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석유화학마저 가동이 중단되면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제철소와 타이어 공장에서 강판과 타이어가 나가지 못하면서 자동차 공장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스코·현대제철에서 매일 7만 5000톤 규모의 제품이 쌓이고 한국타이어도 일 출하량의 70%가량이 감소하면서 완성차로의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자동차 산업은 ‘적시 공급’ 시스템이라 부품 하나만 없어도 전체가 멈춘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대차(005380)는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올 1~5월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나 감소한 상태인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울산공장에서만 하루 생산이 2000대가량 추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승용차 생산이 대부분인 울산공장에서 2000대의 승용차 생산이 줄어들 경우 매출 피해는 약 1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현대차가 올 1분기 생산한 평균 승용차 가격은 대당 4700만 원이다.


공장을 돌리지 않아도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기 때문에 추가 손실도 있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때문에 국내 각 완성차 공장 내 근로자들의 휴게 시간이 2배가량 많아졌다”며 “화물연대 파업에 또 생산이 줄어들면서 일 하는 시간이 추가로 더 줄어도 월급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막대하다”고 했다.


소비자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일부 인기 모델의 신차 출고 기간이 실제 늘어나고 있다. 기아의 전기차 인기 모델인 EV6는 올 초 출고 기간이 1년 1개월이었는데 최근 파업 영향으로 1년 6개월까지 늘어났다고 딜러들에게 통보했다.


시멘트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10일 기준으로 600억 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 하루에 약 18만 톤을 출하해야 하는데 화물연대 봉쇄로 1만 8000톤가량만 출하가 가능한 상황이다. 하루 평균 150억 원가량의 피해액이 발생해 총 4일간 누적 손실 규모는 602억 원에 달한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이 장기화되면 다음 주 초 피해 금액은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출하를 정상화하지 않는 이상 수요처인 레미콘 업계와 건설 현장 시멘트 공급은 호전될 수 없다”며 “수도권이 특히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멘트 출하에 문제가 생기면 레미콘 업체들도 공장을 돌리지 못한다. 유진기업은 지난주까지 전체 공장 중 지방을 중심으로 40%가량을 가동했지만 이번 주 대부분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부산항과 인천·광양항 등 주요 항만의 물류 수송 차질이 확산하고 있다. 항만에도 컨테이너가 가득 쌓이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항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78.1%다. 전날 같은 시각 기준 78% 대비 0.1% 포인트 올랐다. 부산항의 지난달 장치율은 70%였다. 장치율은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이다. 업계는 장치율이 80% 이상일 경우 포화 상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8844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전일 같은 시간대 반출입량인 1만 4675TEU 대비 크게 줄었다.


인천항 역시 같은 시각 기준 장치율은 82.9%로 전일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반출입량은 249TEU로 전날 반출입량 1734TEU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부산·인천·광양항을 포함한 전국 12개 항만의 평균 장치율은 71.5%로 전날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평시인 지난달 65.8%보다 일주일 만에 5.7%포인트 높아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