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식당에서 남성 9명이 여성 4명을 잔혹하게 집단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남성에게 여성들이 반발하며 일어난 일이다. 현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젠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관영언론은 ”공공의 안전에 관한 일”이라고 했다.
11일(현지시각) 중국 매체 소호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0일 새벽 2시 40분께 허베이성 탕산시 루베이구의 한 식당에서 일어났다.
당시 식당 폐쇄회로(CC)TV를 보면 한 남성은 여성 4명이 식사를 하고 있는 테이블로 다가간다. 이어 남성은 한 여성에게 말을 걸며 등에 손을 얹었고 여성은 남성을 밀어낸다.
남성은 개의치 않고 여성의 얼굴을 만지려 했고 여성은 그를 뿌리치며 몸을 반대쪽으로 기울였다. 그 순간 남성은 여성의 뺨을 때리고 주먹을 휘두른다. 이 여성과 다른 일행 1명은 남성의 머리에 병을 던지며 반격한다.
다른 여성들이 싸움을 말리려 자리에서 일어서자, 식당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성 일행들이 우르르 식당으로 들어온다. 이들은 의자, 접시 등 주변의 물건들을 집어 던지며 여성들을 사정없이 폭행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여성들을 식당 밖으로 끌고 나가서도 땅바닥에 패개기치고 발로 사정없이 차며 폭행을 이어간다.
폭행은 4분 이상 지속됐고 남성 일행들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 도망쳤다. 여성들 중 2명은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CCTV 영상은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여성 집단 구타 사건을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종일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해당 영상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힘없는 여성을 저렇게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범죄자는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회의 암적 존재 같은 자들에게는 중형을 내려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청나라로 돌아간 줄 알았다. 2022년 영상이 맞나” “영상으로만 봐도 손발이 떨린다” 등 중국 공안국 공식 계정을 태그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조직폭력배가 있고 이들이 지역 공안과 친밀한 관계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탕산시 당국은 법에 따라 해당 사건을 엄중히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공안은 사건 당일 밤늦게 남성 용의자 2명을 체포했고 이어 나머지 7명도 모두 붙잡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조사 결과 피의자들 중 5명은 전과가 있으며, 일부 피의자는 건설업체와 식당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일 “본질적으로 이 사건은 여성의 권리나 성 평등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공공안전에 관한 것”이라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이 사건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들은 법을 무시하고 사회 질서와 도덕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깨뜨렸다”며 “신속하고 엄격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인민일보 또한 “이 사건은 법률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사회 질서와 대중의 안전 의식에도 도전한다”며 “가해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남성 일행들에게 고의상해죄와 공공질서 문란죄가 함께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형법은 타인을 폭행하고 사회 질서를 파괴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고의상해죄가 인정되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량이 무거워진다.
이번 사건을 방관한 주변 사람들도 도마에 올랐다. 고깃집 안팎이 아수라장이 되도록 폭행이 일어났는데도 주변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모습이 더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배우 성룡은 웨이보를 통해 “영상을 보고 너무 속상해서 잠을 못잤다”며 “주변에 있던 남성들은 모두 가만히 있고 여성들만 일어나 서로 부축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남성은 여성을 폭행해서는 안 되고 한 무리가 개인을 구타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고깃집 주인은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리꾼의 표적이 됐다. 그는 SNS에 영상을 올리며 싸움을 말리는 검은 옷의 여성이 자신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위챗(중국 SNS)으로 전화를 걸고 공격해 정상적인 영업과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가해자들이 술값을 계산하지 않고 도망갔다. 나도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중국 미디어 분석가인 캐리 앨런은 영국 BBC에 “중국에서 여성 폭행은 충격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중국 사회에선 전통적으로 부부나 연인의 싸움은 사적인 일이라고 치부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는 자신의 안전과 혹여 처벌을 받지 않을까 우려해 개입을 꺼렸다“며 “최근 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