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부터 최저임금을 업종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영세 기업과 일부 업종이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경총은 13일 발표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쟁점 검토’ 보고서를 통해 “우리 최저임금이 시장의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빠르고 일률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일부 업종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이 올해에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한국의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41.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0%), 프랑스(7.4%), 독일(14.6%) 등 선진국의 인상률보다 훨씬 높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도 미국은 27.3%였지만, 한국은 62%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최저임금을 일괄 적용함에 따라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도 벌어졌다. 지난해 기준 숙박·음식업의 미만율은 40.2%에 달한 반면, 정보통신업은 1.9%에 불과해 두 업종의 미만율 격차가 38.3%p에 달했다. 숙박·음식업 사업자 10곳 중 4곳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경총은 “업종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가 심각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해당 업종의 임금을 시장 균형 수준으로 회복시켜 고용 확대, 근로자와 기업의 선택권 확대 등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13개국은 단일 최저임금이 아니라 업종, 지역, 연령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이미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도 판결문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이 필요함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에는 “과거에 시장의 수용성이 충분해 업종별 구분 적용의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적절하지 않은 주장이라 반박했다. 경총은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매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시행 여부를 판단해 온 핵심 심의사항”이라며 “법 제정 당시부터 논리적 타당성이 인정되며 법에 규정됐다. 필요성이 높아진 뒤에도 노동계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한 것”이라 밝혔다.
합리적인 기준이 없어 당장 시행할 수 없다는 주장에는 “최저임금 수용성에 현저한 문제가 드러난 일부 업종부터 우선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더 세밀한 구분 적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통계가 필수적인 만큼,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관련 통계를 충실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일률적 적용으로 우리 최저임금 수준이 경쟁국과 비교해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나타났다”며 “이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정도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더 이상 업종별 구분 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