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 탄소중립 지원 특별법 만든다

■친환경 전환 촉진 법안 연내 마련
반도체·車와 함께 3대 수출산업
탄소 배출량은 철강에 이어 2위
R&D 등 예산·규제특례 지원 필요
철강산업도 특별법 제정 검토 중


정부가 국내 화학 산업의 탄소 중립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섰다. 원유에서 추출한 ‘납사’를 주원료로 하는 화학 산업은 열분해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편인 만큼 관련 법안 제정을 통해 기업의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각종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화학 산업 친환경 전환 촉진을 위한 법률’ 제정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관련 법 제정과 관련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자원순환기본법 △폐기물관리법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등 기존 법률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탄소 중립 지원 법안을 내놓겠다는 목표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화학 산업은 반도체·자동차와 함께 3대 수출 품목으로 분류되지만 여타 산업과 대비해 친환경 전환 지원 근거가 부족하다”며 “무엇보다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제시 등으로 국가나 기업 차원의 친환경 규제가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안 제정을 통해 관련 산업 예산이나 규제 특례 확보를 위한 근거를 명확히 하는 한편 ‘화학 산업 친환경 전환 통합 지원 센터’ 설립에 나설 계획이다. 또 관련 법 초안을 연내 마련하고 기업 의견 수렴에도 나선다.


현재 대부분 주요 산업군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관련 법안이 마련돼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조선 산업은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 각각 제정돼 있다. 반면 화학 산업은 6930만 톤(2020년 기준)의 탄소를 배출해 1억 3236만 톤의 탄소를 배출한 1차 금속 산업에 이어 배출량이 두 번째로 많다.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탄소 배출 비중도 20.1%에 달한다. 그런 만큼 법·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화학 산업은 코로나19로 공장 가동률이 낮아졌던 2020년에야 탄소 배출이 감소세로 돌아서 탄소 중립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평가다.


실제 2018년과 2020년 사이 주요 산업의 탄소 배출량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1차 금속 산업(1억 3281만 톤→1억 3151만 톤) △정유(3764만 톤→3391만 톤) △자동차 제조업(846만 톤→728만 톤) 등은 감소한 반면 화학 산업은 6590만 톤에서 6887만 톤으로 오히려 늘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폐식물 등을 활용해 만드는 ‘바이오 납사’ 개발 등에 나서고 있지만 경제성 문제 때문에 대규모 상용화와 관련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며 “몇몇 기업은 공기 중 탄소를 포집해 플라스틱 원료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착수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 특별법 제정도 검토 중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철강 쪽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와 관련해 R&D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법 활용 방안 외에 특별법 제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 4분기에 철강 업계의 탄소 중립을 돕기 위한 지원책 발표를 생각 중인데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예비타당성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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