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시행령통제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많다”며 제동을 걸었다. 절대 과반(170석)으로 입법권을 틀어쥔 민주당이 법안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 하자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관련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는다 해도 윤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인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며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추진 중인 ‘시행령통제법’에 대해 “시행령에 대해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좀 많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예를 들어 시행령 내용이 법률 취지에 반한다면 국회에서는 법률을 더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이 법률의 효력에 위배되면 (그 시행령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며 “시행령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고, 시행령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방식과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대통령령 등 시행령이 법률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소관 행정기관장에게 대통령령·총리령·부령(시행규칙)의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법률안을 고치지 않고 하위 법적 체계인 시행령만 바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돼 ‘시행령통제법’으로 불린다.
국민의힘과 정부·대통령실 등 당정대는 민주당의 이 같은 법안 추진에는 새 정부 국정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와 기업 투자 인센티브 법안,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은 물론 임대차 3법 폐기 등은 모두 민주당에 가로막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종부세법 시행령 등을 고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조차도 하지 못하게 법률로 못을 박겠다는 것이다.
여당을 이끄는 권성동 원내대표부터 강력하게 반발하며 여야는 정면충돌하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소수 정당 식물 대통령’ 운운한 것처럼 거대 의석으로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다수당의 폭거”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리당략에 따라 헌법 파괴를 서슴지 않는 지금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모두 독식한다면 헌법 파괴 입법 독재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직접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과 2016년 각각 시행령 수정 권한 부여, 청문회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어떤 법안인지 한번 봐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연이은 선거 패배로 패색이 짙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예측 또한 나온다. 대통령은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법률을 수정할 권한은 없다. 재의가 요구된 법안은 다시 본회의에 오르고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법률이 최종 통과된다. 이때는 대통령의 공포가 없어도 법률은 확정된다. 하지만 이 경우 민주당이 대통령마저도 ‘패싱’하는 입법 독재를 했다는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