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로 인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크게 요동쳤다. 환율은 장중 1288원 90전으로 전 거래일 대비 약 20원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3월 19일(49원 90전)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변동 폭이다. 결국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다소 진정됐지만 14~15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5원 10전 오른 128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5월 16일(1284원 10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11원 10전 오른 1280원으로 출발한 직후부터 급등해 장중 한때 1288원 90전까지 올랐다. 정점을 지난 것으로 평가됐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6% 오르며 시장 예상치(8.3%)를 뛰어넘자 다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곧 진행될 FOMC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장중 가격 기준으로 연고점인 1291원을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변동 폭이 확대되자 외환 당국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로 구두 개입 메시지를 냈다. 당국은 “정부와 한은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외환 당국은 시장 내 심리적 과민 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외환 당국이 공식적으로 구두 개입을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시장에서는 미 FOMC를 앞두고 달러화 강세와 이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이언트스텝 리스크가 재차 불거진 가운데 6월 FOMC 회의가 달러화의 추가 강세 폭을 결정할 것”이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 정점론의 불씨를 살릴지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긴축도 달러화 강세를 막지 못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 달 11년 만에 정책금리를 인상하기로 하고 9월에는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까지 예고했지만 오히려 달러화 강세가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로존 구분 없이 통화 당국의 긴축 행보는 변동성을 확대하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