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폭증할 데이터에 대응하는 반도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고객사나 연구자들이 차세대 저장장치 성능을 경험할 수 있는 오픈 랩 운영도 시작한다.
14일 삼성전자에서 차세대 저장장치 개발을 담당하는 송용호 부사장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AICAS 2022' 기조 강연에서 AI 시대와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대해 강연했다.
이 강연에서 송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구축 중인 '삼성 메모리 리서치 클라우드(SMRC)' 서비스 운영 계획을 소개했다. SMRC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저장 장치를 정보기술(IT) 회사나 연구자가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한다.
송 부사장은 삼성이 이 서비스를 운영을 적극 준비하는 이유는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반도체는 종류가 일정하지 않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장 장치 역할을 했던 하드디스크는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로 구성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진화했다.
그러나 갈수록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기존 SSD를 뛰어넘은 새로운 저장장치가 필요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저장 장치를 개발했다.
가장 좋은 예가 스마트 SSD다. 2020년 삼성전자는 자일링스와 협력해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를 얹어 중앙처리장치(CPU)의 부담을 87%나 줄인 스마트 SSD를 출시했다. 올 3월에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존 스토리지'라는 새로운 SSD 기술 표준화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문제는 '호환성'이다. 성능을 고도화한 SSD가 개발됐더라도, 달라진 사용 조건으로 고객사가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고안한 것이 SMRC다. 삼성전자 사업장에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존스토리지·스마트 SSD 등 새로운 유형의 저장장치를 적용한 서버를 구축해 놓고, 고객사들이 이 저장장치의 성능을 경험하고 사용 환경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SMRC 사용자는 이 서비스를 원격으로 경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SMRC 구축을 위해 지난달 세계적인 오픈소스 솔루션 기업 레드햇과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송 부사장은 이 강연에서 "올 하반기 SMRC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고, 각 대학과 IT 파트너 회사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송 부사장은 AI 시대 혁신적인 컴퓨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린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부사장은 "차세대 저장장치 개발은 물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학계와 업계, 고객사가 데이터 구축·표준화 작업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