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처음으로 갤런당 5달러를 넘으며 최고가를 기록한 가운데 경유(디젤) 가격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유 사용 비중이 높은 운송 업체와 농장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운임과 농장물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지 운송 업계에서는 ‘물건 값보다 운반비가 더 많이 든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유의 미국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5.72달러로 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달 6일 5.7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지 일주일 만에 이를 경신한 것이다. 갤런당 5.72달러는 1년 전과 비교해 75%나 높은 수준이다. 올해 초 3.8달러대였던 경유 가격은 6개월 만에 5.7달러대로 치솟으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 휘발유 값이 지난 주 말 처음으로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경유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현지 운송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트럭과 선박 등에 쓰이는 경유 값이 오른 만큼 운반비가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료비 상승에 따른 손실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운송 업체들이 갑작스럽게 증가한 연료비 부담을 이유로 고객에게 유류 할증료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전국소형트럭회사협회 측 관계자는 “(경유 가격 상승의 여파가) 트럭 운전사는 물론 소비자에게까지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농기계 등에 경유를 사용하는 농장들도 연료비 상승은 큰 타격이다. 농가의 비용이 증가하면 이들이 생산해 슈퍼마켓이나 식당에 납품하는 식품 가격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고 이는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연료비 상승은 미국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의 ‘주범’이기도 하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 중 에너지 분야 상승률은 34.6%로 식품(10.1%)과 중고차(16.1%) 등 다른 품목의 상승률보다 훨씬 높았다. ‘에너지 인플레이션’은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로 예상을 뛰어 넘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농업에서 제조업까지 상당수의 산업 분야가 경유에 의존하기 때문에 경유 가격 급등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