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국대사관 부근 총격전…한인들 불안감 고조

택시 기사, 중국인 승객 총기로 위협하며 현금 강탈
한국대사관 관계자 "필리핀 여행객 각별한 주의 요망"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필리핀에서 한인을 대상으로 한 총기 강도와 감금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대사관 부근에서 한밤중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5일 필리핀 메트로마닐라 타기그시의 보니파시오 글로벌시티 부근에서 강도 사건 용의자인 택시 기사와 경찰 간에 총격전이 일어났다.


택시 기사는 이날 오전 12시 50분께 중국인 승객을 태우고 가다가 갑자기 차를 세운 뒤 총기를 꺼내 위협했다. 이어 현금 5000 페소(약 12만 원)가 든 지갑과 휴대폰을 빼앗고 승객을 택시에서 내리도록 한 뒤 달아났다. 승객은 부근에 있던 경찰관에게 곧바로 도움을 요청했고 현지 경찰은 택시 기사를 잡기 위해 나섰다. 출동한 경찰의 검문에 걸린 택시 기사는 현장의 경찰관을 향해 먼저 총을 쐈고, 경찰도 대응사격에 나서 용의자를 사살했다.


총격전이 벌어진 장소는 한국대사관에서 300m 떨어진 곳으로 대사관 소속 주재관들과 일부 한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필리핀에서 치안이 가장 우수한 곳으로 여겨진다. 특히 택시 기사가 승객을 태운 곳은 한국문화원 근처로 알려져 교민사회는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문화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퇴근 시 여러 명이 함께 택시를 타는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연합뉴스

최근 필리핀에서 한인들을 노린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대사관 근처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지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앙헬레스에서는 한인을 대상으로 한 노상 총기 강도 범죄가 최근 한 달 사이 4건이나 일어났다. 이달 초에는 30대 한인 배낭여행객이 채팅 앱을 통해 만난 현지인에 의해 감금됐다가 돈을 주고 하루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40대 한국인이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무장 강도에게 1억 원을 빼앗긴 사례도 있다. 지난달 21일 저녁에는 메트로마닐라 내 스카이웨이 내부순환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총기를 든 괴한들이 40대 교민 A씨에게서 현금 500만 페소(1억 2000만 원)를 강탈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이규호 총영사는 전날 필리핀 경찰청장과 만나 한인 대상 강력 범죄 예방 및 범인 검거에 애써달라고 부탁했다. 대사관 측도 필리핀한인총연합회 관계자들과 만나 최근 발생한 한인 대상 강력 범죄 수사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안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한인 대상 강력 범죄가 계속 발생하면서 교민 사회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필리핀 여행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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